이재용 부회장, ‘초격차 기술’ 한계 실감…'반도체·배터리' 강공 드라이브

삼성만의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 필요성 대두
4차 산업혁명 필수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 필수
반도체 등 핵심사업 중심 인재 채용 확대
신종모 기자 2022-06-20 13:40:3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총 2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가장 먼저 ‘기술’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는 삼성이 그동안 ‘초격차 기술’을 중시하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글로벌 정상으로 끌어 올렸으나 여전히 세계의 벽은 높다라는 것으로 실감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출장 기간 네덜란드 반도체 핵심장비 제조사 ASML과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규모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미래 산업 핵심 산업들을 차별적 기술력을 보고 삼성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피부로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ASML과 반도체연구소 등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그걸 느낄 수 있었다”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을 계기로 삼성은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과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

삼성은 앞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전략산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말 5년간 450조원(국내 360조)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올해부터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미래 먹거리에 집중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선제적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기술로 ‘반도체 초강대국’을 달성을 주도하기 위함이다.

삼성은 지난 30여년간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는 메모리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등 메모리 업체의 거센 챌린지를 받고 있다.

특히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성장도 위협적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첨단기술의 선제적 적용으로 중국과 미국의 추격을 따돌리며 메모리 분야의 시장 점유율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14nm D램 양산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14nm D램은 마이크론의 10나노급 4세대 D램보다 선폭이 더 짧아 마이크론에 비해 ‘앞선 기술력’을 확인했다. 멀티 레이어 공정을 사용한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경쟁 업체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D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1위 자리를 ‘수성’할 계획이다.

삼성은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는 인간의 눈·코·귀·피부처럼 데이터를 센싱하고 두뇌처럼 분석·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는 8000여종의 제품으로 구성된다. 용도와 수요가 사실상 무한대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의 오는 2025년 시장 규모는 4773억달러(약 671조 8600억원)로 메모리 반도체(2205억달러) 시장 규모의 2배 이상이다.

현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산업에는 중앙처리장치(CPU)는 인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 사회간접자본(SoC)은 퀄컴, 이미지센서는 소니 등 분야별 세계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사업 중 모바일SoC, 이미지센서 등은 1등 업체들과의 시장 격차는 크지만 투자와 연구개발(R&D) 통해 ‘기술 격차’ 줄이며 성장 가능성을 제고하고 있다.

이미지센서의 경우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은 24.9%로 2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그동안 1위 업체는 40%대, 삼성은 20%대 초반이었지만 올해는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5G 모뎀(통신칩)을 업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의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1등 도약은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 패키징, 테스트 등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는 스마트 가전, 스마트 카, 스마트 팩토리 등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전장, 로봇, 스마트시티, 유전자 사업 등 다양한 신산업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차세대 생산 기술을 개발·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은 차세대 패키지 기술 확보로 연산칩과 메모리가 함께 탑재된 융복합 솔루션을 개발해 업계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왼쪽)과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북미COO가 지난달 24일 합작법인 투자 계약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최윤호 삼성SDI 사장(왼쪽)과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북미COO가 지난달 24일 합작법인 투자 계약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배터리 사업에도 대대적인 투자 필요성 실감

이 부회장은 출장 중 헝가리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공장도 방문했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은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고객사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 부회장은 핵심 고객사인 BMW 경영진과도 만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으로 고객들도 만날 수 있었고 유럽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들도 만날 수 있었다”며 “헝가리의 배터리 공장, 하만 카돈 등을 갔고 BMW 고객도 만날 수 있어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최근 SK온의 대대적인 투자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을 계기로 배터리 사업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달 24일 글로벌 완성차 회사인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만들고 오는 2025년부터 공장 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PSA그룹이 합병해 지난해 출범한 글로벌 완성차 회사다. 계열사로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푸조, 지프, 마세라티 등 14개 자동차 브랜드가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신산업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투자규모를 지속해서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반도체 등 핵심사업 중심으로 인재 채용 확대 및 미래세대 육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혁신을 통한 재도약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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