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디지털 플랫폼 자율 규제에…플랫폼 업계 '미소'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플랫폼 입법규제, 플랫폼 분야 유연한 대응 어렵게 해"
플랫폼 사업자 대표 "적극 협력하겠다"며 '환영'
소비자단체 "소비자 보호 대책 퇴보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
황성완 기자 2022-06-23 14:36:37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맨앞)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맨앞)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지난해 1월 비대면 사회에서 영향력이 급증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입점 업체나 소비자들에게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만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부는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주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에 플랫폼 업계도 "적극 동참하겠다"며 미소를 띄었다. 이 경우 사실상 온플법은 폐기 수순에 들어가는 것으로, 소비자 보호 대책이 약화된 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책방향' 간담회를 통해 "한때 플랫폼의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춰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 있었다"며 "플랫폼 입법규제는 다양한 서비스를 꾸준히 출시해야 하는 플랫폼 분야의 유연한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된 간담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플랫폼 자율규제 대책의 핵심은 △민간주도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 구성 △데이터·AI산업 자율규제 선제적 구축 위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구축 △디지털 플랫폼 발전전략 연내 발표 등이었다. 이날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자율규제 기구 구성을 위해 법률을 정비할 것"이라며 "디지털 플랫폼 발전전략에는 산업 혁신 대책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자율규제가 실시될 지는 앞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여한 업체들은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정부에서 플랫폼 기업들과 함께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것에 환영한다"며 "앞으로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가겠다"고 주장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역시 "인터넷 업계가 이행하고 있는 자율규제 체계의 고도화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는 한편 향후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정부의 자율규제 방향성을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업계는 환호하는 반면, 소비자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자율 규제가 된다면 기존에 있던 온플법이 유명무실화 되는 것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수수료와 약관 등을 책정해 소상공인 등 입점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대형 플랫폼에게 자율규제를 맡긴다면 온플법과 비교해 소비자 보호 대책이 퇴보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들은 플랫폼 규제의 핵심인 수수료와 알고리즘 공개를 거부하는데 강력한 자율규제가 나오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불공정한 수수료와 알고리즘 체계는 플랫폼 서비스의 소비자인 소상공인에게 직접 피해를 주고,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제품을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의 가치 판단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율규제 대신 새로운 입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1일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를 위한 미·EU 입법 쟁점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서치원 변호사는 "규제는 혁신을 저해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플랫폼 독점행위를 방치하면 안된다"며 "혁신과 규제라는 이분법이 아닌 혁신과 공정한 경쟁질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에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소속 시민단체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온플법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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