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현상 지속에 정유업계 '불똥'...유류세 인하 후 담합 점검

박지성 기자 2022-07-06 15:08:15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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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박지성 기자] 장기간 유지되는 고유가 현상에 정유업계도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유가 지속에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알려지며 초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고유가에 고통 받고 있지만, 정유사들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어 불만의 화살이 모두 정유사로 돌아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증가와 정제마진 개선으로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분기에도 정유업계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1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SK이노베이션이 1조6491억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에쓰오일 1조3320억원, GS칼텍스 1조812억원, 현대오일뱅크 7045억원 등 순이었다.

1분기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 평균 전망치는 매출 22조6133억원, 영업이익 1조8178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5065억원보다 258.9% 늘면서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11조2877억원, 영업이익 1조2834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정부가 고유가로 인해 파생된 사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확대 하기로 했지만, 국내 주유소는 자영주유소 비중이 많아서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 직영주유소나 알뜰주유소는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즉각 반영했지만 자영주유소는 약 2주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유가 인하 효과의 '증발'에도 소비자들은 정유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지금의 고유가 현상으로 인해 사회적 눈치를 보고 있다. 직영주유소에 즉각 유류세 인하를 반영했지만, 자영주유소는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실적이 좋지만, 언젠가는 다시 저유가 시대가 올 수도 있다. 5년 전 저유가로 인해 정유사들이 큰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려갈 줄 모르는 기름값...고유가 언제까지 지속되나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은 휘발유 리터(L)당 2155.55원, 경유 2149.48원 등으로 전일 대비 각각 1.63원과 1.30원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는 지난 1일 대비 L당 11.66원, 경유는 같은 기간 대비 6.92원 줄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치솟아 오른 기름값 때문에 소폭 내려간 유가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유 업계에서는 유류세를 낮춰도 기름값이 안정되지 않은 이유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배럴당 113.4달러로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말 보다 19.8배럴 올랐다.

또한 코로나19 펜데믹에서 점차 엔데믹 시대로 전환되면서 하늘길이 열려 항공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선박 등 여러 방면에서 원유 수요가 급증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한 몫 했다.

이 같은 이유로 기름값이 안정되지 않자 정부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폭을 법정 최고치인 37%까지 올렸다. 이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L당 57원, 38원씩 싸져야 하지만 인하 당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각각 1.63원과 1.30원씩 하락하는데 그쳤다.

인하폭을 즉각 반영한 직영·알뜰주유소와 달리 주유소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영주유소는 유류세 인하를 반영하지 않았다. 자영주유소는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정유사에서 강제로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가 없다. 자영주유소는 유류세 인하 전에 들여온 재고 물량이 전부 소진돼야 인하된 가격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2주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서는 지난 5월 인하폭을 종전 20%에서 30%로 늘렸을 때도 잠시 하락세를 보였을 뿐, 그 추세가 일주일도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하락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 낮출 수 있는 최대 범위만큼 낮아진 유류세의 인하 효과가 온전히 나타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유류세를 50%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호황을 누리는 정유사들의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횡재세 도입에 대한 논의도 불거지고 있다.

정유사·주유소 시장점검단 가동…유류세 인하후 담합 여부 점검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이날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정유사·주유소 시장점검단'을 구성해 서울 시내 고가 판매 주유소 3곳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정유사·주유소 시장점검단은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됨에 따라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임시 조직으로 만들어졌으며, 가격·담합반과 유통·품질반 두 개 조로 구성됐다. 이날 점검은 유류세 추가 인하에도 판매 가격 인하분이 미미한 주유소를 대상으로 인근 주유소와의 가격 비교를 통해 담합 여부 등을 점검한다.

산업부는 이번 주에 4차례에 걸쳐 서울·경기 소재 10여개의 주유소를 점검할 계획이며 이후에도 주 2회 이상 전국을 돌며 점검할 예정이다. 또 정유사를 대상으로 공급가격 일일 모니터링을 통해 가격 현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정유공장 및 저유소를 중심으로 수급·품질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전 인하 때도 시민들이 전혀 체감하지 못했기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을 개정해 유류세를 더 낮추는 것 말고도 기름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확고한 방향성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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