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코 KT의 진화...'지주형 회사 전환' 시동건 구현모 대표

김효정 기자 2022-07-13 11:54:39
[스마트에프엔=김효정 기자] 지난 3월 KT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KT 대표는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KT'의 완성을 위해 지주형 회사 전환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올해로 KT는 민영화 20주년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아직 KT는 '전화국' '통신 공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와 기업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KT는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하나둘씩 발현시키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에 이용경 사장을 시작으로, 남중수 사장, 이석채 회장, 황창규 회장을 거쳐 현재 구현모 대표까지 왔다. 구현모 대표 이전까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등 정치적 이슈가 공기업의 잔재를 실감케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KT는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초창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가 2013년부터 KT에 합류해 추진했던 클라우드 사업 등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특히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KT는 확실한 방향성을 잡았다. 통신 회사에서 벗어나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완성을 위해, 계열사 분리와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 중이다.

앞으로 구 대표는 현재 50여개에 달하는 KT그룹 계열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사업조직을 개편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사업별 중심회사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중간지주사와 유사한 형태, 즉 '지주형 회사'로 전환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 대표는 앞선 주종에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에 관심이 높다"고 강조하면서, 이로 인해 본사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분리해 자회사를 조율하는 등 KT의 주가를 현실에 맞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구현모 KT 대표 / 사진=KT
구현모 KT 대표 / 사진=KT


이는 SK텔레콤이 SK스퀘어와의 인적분할을 한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SK텔레콤이 통신사업에 집중하고, 반도체와 기타 ICT 투자영역을 SK스퀘어에 담당시켜 계열사를 편제한 것과 비교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디지털 인프라 기반 서비스와 인공지능 등 통신 기반 사업에 집중해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리한 바 있다.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은 올해 연말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1일 과기정통부장관과 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구 대표가 지주형 회사 전환 의지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그는 "지주형 회사 전환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연구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한 컨설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 정도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KT 지주형 회사 전환...기본 방안은

그렇다면 구현모 대표가 구상 중인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은 어떤 모습일까.

KT는 50여개에 달하는 의외로(?) 많은 계열사를 갖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은 아니지만 그동안 대한민국 통신 서비스를 주도하던 사업과 연관된 거의 모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 대표는 KT의 계열사를 ▲미디어 ▲핀테크(금융) ▲고객대응 ▲커머스 ▲네트워크 인프라 등의 큰 묶음으로 나누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KT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부문은 '미디어' 관련 사업이다. 지주형 회사 구상에서 KT는 스튜디오지니를 미디어 부문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주고 지니뮤직, 밀리의서재, 스토리위즈 등 미디어 자회사의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유통을 총괄하는 방식으로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

핀테크(금융) 분야도 KT의 근본 경쟁력 중 하나다. KT는 금융 자회사로 BC카드와 케이뱅크를 두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핵심 자회사 2곳을 어떻게 운영할 지도 연말에 방안이 나온다.

KT는 BC카드 지분 69.5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BC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BC카드 당기순익은 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KT가 지난 6월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위한 본허가 심사 신청을 마친 상태로, BC카드를 통해 데이터 비즈니스 경쟁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케이뱅크 또한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으로, 주식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어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케이뱅크를 올 하반기 아시아 지역의 주목되는 IPO 7개사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하반기 IPO 추진을 준비 중인 케이뱅크 /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IPO 추진을 준비 중인 케이뱅크 / 사진=연합뉴스

또한 고객대응 분야는 KT IS, KT CS가 위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KT IS는 생활정보 안내서비스, 전화번호 데이터관리 등을, KT CS는 콜센터 및 전화번호검색 데이터 제공 등 주로 대고객 서비스에 기반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네트워크 인프라 분야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하는 KT서브마린, 위성 서비스를 담당하는 KT SAT, 공중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KT링커스를 한데 묶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KT알파, 나스미디어 등을 커머스 분야로 구분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KT가 인공지능과 통신 기반의 디지털 인프라 기반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담당하는 KT클라우드와 같은 계열사를 B2B IT 분야로 확장시킬 가능성도 있다.

KT 이스트 사옥 / 사진=KT
KT 이스트 사옥 / 사진=KT


증권가에서는 특히 BC카드와 케이뱅크 등 금융계열사의 존재로 KT가 '지주형' 회사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KT의 계열사 및 사업 포트폴리오 상, 사업구조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그러나 금산분리(은행과 기업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분 취득을 제한하는)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가진 KT가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KT는 지주형 회사 전환을 통해 KT그룹에는 핵심 자산만 남기고, 금융 및 미디어 등 신사업은 분리해서 각 계열사 스스로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에 경영진의 의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KT가 연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지주형 회사로 전환할 거승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2020년 초 취임한 구현모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다. KT 일각에서는 구 대표 지휘 하에 추진 중인 디지코 기업 안착과, 지주형 회사 전환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구 대표의 연임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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