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폭발, D램 품귀·AI 주문 폭증에 반도체 시장 ‘과열’
HBM 집중 생산이 범용 D램 부족 불러···메모리 완판 행진 지속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D램 재고가 역대 최저 수준을 넘어 사실상 바닥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주문이 5중·6중으로 몰리며 메모리 초호황기인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4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초 글로벌 D램 공급자 재고는 평균 2.7주로 3분기(3.3주)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2주 수준이며 삼성전자는 4주로 기존 6주 대비 약 2주가량 감소했다. 업계가 정상으로 보는 6~8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재고 부족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 즉시 출하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D램 재고가 극히 낮은 수준이며 DDR5는 생산되자마자 고객에게 출하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PC제조사 등 구매 업체의 평균 재고도 3분기 10.1주에서 4분기 8.8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전월 대비 28.1%, 플래시메모리는 41.2%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D램·낸드 계약 가격을 최대 30%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과 DDR5 전환, 신규 제품군 도입 등으로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트리플부킹을 넘어 ‘펜타부킹’ ‘헥사부킹’ 현상이 예상될 정도로 대량 주문이 몰리며 메모리 품귀가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수적 투자 기조로 수요·공급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더블부킹을 넘어선 초대형 예약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를 3배 이상 소모한다. 이에 따라 범용 D램과 낸드 생산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적 한계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 메모리 기업의 내년 물량은 이미 완판됐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 HBM 생산계획분은 고객 수요 확보가 완료됐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도 “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 모두 사실상 솔드아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차이나플래시마켓(CFM)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34.8%로 SK하이닉스(34.4%)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삼성전자의 월 평균 D램 웨이퍼 투입량은 60만~65만장 수준으로 SK하이닉스(약 50만장)보다 10만장 이상 많다.
양사는 생산능력(캐파)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2단지 5라인 건설에 약 60조원을 투자해 2028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최신 1c D램과 HBM4 양산이 목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약 600조원을 투입해 4기 팹을 건설 중이며 2027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내년 말까지 월 80~90만장 수준의 D램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가동으로 월 62만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HBM4 중심 전환으로 범용 D램 생산이 보수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D램 수급 불균형은 최소 2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업계는 향후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장세가 계속되면서 D램 품귀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면 구매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