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혜 기자.
홍선혜 기자.

 우리 경제의 앞날이 안갯속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소비자 물가까지 고공행진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취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서면서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관세가 부과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현지 제조공장을 찾는 등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관세 전쟁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입장 발표가 없는 상태라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관세 인상은 큰 타격이다. 우리나라는 대미 흑자 8위 국가다. 국내산 제품에 관세 장벽이 쳐진다면 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이미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지난 4일 중국에 10%의 추가 보편관세를 부과했으며 캐나다와 맥시코는 25%의 전면 관세 시행을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K-열풍'에 올라타 그동안 수출 확대에 나섰던 국내 유통업체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후폭풍에 가슴 졸이고 있다.

아직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뷰티 품목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지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미국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 순위 2위(19억달러·2조7000억원)까지 올라섰다.

대책을 서둘러야 할 곳은 식품업계다. 국내 많은 식품기업은 고물가·불경기 등으로 침체된 내수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15억9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전년(13억1000만달러)대비 2억8000만달러(21%) 급등하며 수출 대상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삼양식품, 오리온 등 미국에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기업들은 고관세 우려에 누구보다 불안한 심정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 공장이 없는 업체들은 한결같이 "관세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팎의 도전이 거세지만 우리 기업들이 오랜시간 힘들게 다져온 수출 시장이 쉽게 무너져 내리도록 두어서는 안된다. 단순히 통상정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소극적 대응으로는 현재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없다.

그나마 미국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들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만, 현지 생산시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중소업체가 더 많은게 현실이다. 유통기업들의 노력 못지 않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정부 정책이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코앞에 닥친 '유통 관세 전쟁'은 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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