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섭 산림청장(왼쪽에서 두번째)이 28일 오후 경북 의성군 산림청 상황실 앞에서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상섭 산림청장(왼쪽에서 두번째)이 28일 오후 경북 의성군 산림청 상황실 앞에서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오전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4개 시군으로 확산한 경북 산불이 149시간 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의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고 24명이 사망했다. 또 산불영향구역만 4만5157㏊에 이르는 등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낳았다.

이번 경북 산불 이전 가장 많은 산림 피해를 낸 것은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당시 2만3794㏊가 피해를 봤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28일 오후 브리핑에서 "전날 밤에 내린 비 덕분에 산불 확산 속도가 현저히 줄어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임 청장은 "22일 오전 11시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시작된 불이 오늘 오후 2시30분 영덕지역을 시작으로 5시부로 안동·청송·영양·영덕까지 모든 지역의 주불이 진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주불이 진화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영덕을 제외한 4개 시군은 간밤에 내린 비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잔불까지 완전히 꺼지려면 길게는 5∼6일 걸린다. 잔불 관리를 위해 시군별로 산림청 진화 헬기와 지자체 임차 헬기 2∼5대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 청장은 강한 바람이 불 경우 산불이 재발화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산불 재발화는 잔불 정리를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만일 재발화하더라도 바로 헬기 등이 투입돼 불길을 끌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산불영향구역은 산불로 인해 영향을 받을 지역을 대략 산정한 면적인데, 4만5157㏊ 정도로 집계됐다. 이와 별개로 산불 피해 조사까지는 길게는 한 달까지 소요된다"고 밝혔다.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된 28일 경북 의성군 산림청 상황실 인근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대원들이 산불 진화 완료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된 28일 경북 의성군 산림청 상황실 인근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대원들이 산불 진화 완료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시작된 산불은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삽시간에 확대됐다.

특히 강풍·고온·건조 등 진화에 악조건인 기상 상황이 이어진 탓에 산불은 바싹 마른 나무와 낙엽 등을 따라 급속도로 이동했고, 안동·청송·영양 등 내륙뿐만 아니라 최초 발화지에서 80㎞ 떨어진 동해안 영덕까지 피해 범위에 들었다.

산불은 한때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역대 최고치인 시간당 8.2㎞ 속도로 이동하기도 했다.

산림당국의 진화 노력에도 산불 확산 경로를 따라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고,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2∼3㎞ 앞까지 불길이 근접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하지만 27일 오후부터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5개 시·군에 1∼3㎜가량 비가 내리면서 상황은 1주일 만에 극적으로 반전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밤새 내린 비로 산불 확산 속도가 둔화하고, 진화 헬기 운용에 장애로 작용하는 연무도 잦아드는 등 유리한 기상 환경이 조성되면서 진화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24명이 사망했고, 주택 등 시설 2412곳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의성, 안동 등지 주민은 6322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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