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풍에 시총 1145조원 증발
‘세계 1위’ 자리는 MS에 양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IT 업계 전반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가장 극적인 타격을 입었다. 주요 생산 거점인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서 애플 주가는 4일 연속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무려 7700억달러(약 1145조원)가 증발했다.
8일(현지시각)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98% 하락한 172.42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중국에 34%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연이어 50%의 추가 관세까지 예고하면서 충격은 가속화됐다. 4거래일 연속 하락한 애플 주가는 누적 낙폭 23%를 기록했고, 시총은 2조5900억달러로 줄어들며 마이크로소프트(2조6400억달러)에 시총 1위 자리를 넘겼다.
아이폰의 약 90%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구조는 이번 관세 전쟁에서 애플의 가장 큰 약점으로 떠올랐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고급 모델인 아이폰16 프로맥스의 경우 미국 내 판매가가 최대 850달러(약 126만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격 인상 전 제품을 사두려는 ‘패닉 바잉’ 움직임도 포착됐다. 블룸버그는 “미국 애플스토어가 주말 동안 붐볐다”고 전했다.
애플이 인도로 생산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지만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미국 내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인도산 제품에도 상호관세가 적용돼 추가 비용 상승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애플이 관세 충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경우, 애널리스트들은 “주당순이익이 최대 15%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기술주 전반은 동반 하락세를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15% 떨어진 1만5267.91로 마감해 4일간 총 13%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0.84% 하락한 3만7645.59, S&P500은 1.57% 내린 4982.77을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예외를 둘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면서 업계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 정책에 구멍이 생기면 무역적자 해소 효과도 사라진다”며 “당분간 예외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