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퀵커머스(Quick Commerce) 시장 재편기에 접어들면서 속도 중심의 경쟁에서 수익성 기반의 전략으로 전환 중이다. ‘즉시 배송’ 수요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주요 유통기업들이 배송 효율성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내세워 경쟁 구도를 재정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퀵커머스 둘러싸고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퀵커머스는 이커머스 사이세서만 벌어지는 경쟁이 아니다.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까지 빠른 배송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3500억원에서 2021년 1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해 오면서 올해 전망치는 5조원에 육박했다.

CU는 네이버의 ‘지금배달’ 서비스를 통해 전국 1만8500여 개에 달하는 점포망을 기반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 사진=BGF리테일 
CU는 네이버의 ‘지금배달’ 서비스를 통해 전국 1만8500여 개에 달하는 점포망을 기반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 사진=BGF리테일 

퀵커머스는 통상 1~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초신속 전자상거래 형태로, 초기엔 신선식품 중심으로 제한됐으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그 범위가 식품 외 생필품·가전·패션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밀키트, HMR(가정간편식), 즉석조리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활용한 ‘1시간 내 도착’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고물가 속 집밥 수요 증가와 맞물려 더 빠르고 간편한 쇼핑 방식을 원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1인 가구,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지금 바로 필요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퀵커머스가 일상 속 배송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물류 전쟁은 가속화 되고 있다. 최근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네이버 지금배달’ 서비스에서 배달 및 픽업 서비스를 오픈했다.

CU는 네이버의 ‘지금배달’ 서비스를 통해 전국 1만8500여 개에 달하는 점포망을 기반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편의점의 접근성과 쇼핑 편의성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배달 가능 품목은 간편식, 디저트, 주류를 비롯해 생필품, 얼음, 즉석 커피 등 소비자 수요가 높은 3000여 종에 이른다.

CU는 이달 15일 3000점을 시범 오픈한 뒤, 이달 중 서비스 안정화 이후 4000점을 추가 오픈하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편의 추구 및 근거리 소비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CU 배달 서비스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2022년 64.0%, 2023년 98.6%, 2024년 142.8%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정환 BGF리테일 온라인커머스팀장은 “CU가 이번에도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퀵커머스 서비스 ‘네이버 지금배달’에 입점함으로써 편의점의 O4O 전략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CU는 전국 최다 점포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퀵커머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대형마트’에서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했다. /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대형마트’에서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했다. /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대형마트’에서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하고, 온라인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 먼저 퀵커머스 수요가 높을 것으로 분석되는 홈플러스 강동점, 신도림점, 상봉점, 동래점 4개 점포를 대상으로 운영하며, 향후 서비스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간 홈플러스 온라인 ‘마트직송’으로만 주문 가능했던 델리·베이커리 상품을 퀵커머스로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배달의민족과 협업 확대로 이용 고객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익스프레스 기반 ‘즉시배송’의 배달의민족 발생 매출(2025년 3월 기준)은 플랫폼 입점 초기인 2023년 9월 대비 약 75% 증가했다.

조혜영 홈플러스 온라인마케팅본부장은 “홈플러스가 가진 물류 인프라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객이 집 앞 마트 상품을 더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혁신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며, “이번 배달의민족 협업을 통한 대형마트 기반의 퀵커머스 론칭도 그 노력의 일환이며, 향후 더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이소도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일부 지역에 ‘오늘배송’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며 퀵커머스 경쟁에 합류했다. 온라인몰에서 오후 7시 이전에 주문하면 오토바이를 이용해 1~2시간 내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다이소 특유의 저가 생활용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호응이 높다. 기존 4월 말 종료 예정이던 오늘배송 무료 서비스도 이용자 반응에 힘입어 5월 말까지 연장됐다.

그러나 퀵커머스의 한계도 여전하다. 높은 고정비와 수요 편차는 수익성 확보의 걸림돌이다. 일부 업체는 유료 구독제, 최소 주문 금액 설정, 특정 지역 중심의 운영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시장 선점이 우선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과 차별화된 고객경험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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