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도입 약속…실제 제도화엔 ‘걸림돌’ 여전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나란히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가상자산 제도화 경쟁에 나섰다. 청년과 중산층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명분 아래 정치권의 드문 정책 일치가 나타났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년 재테크 지원을 위한 수단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중산층 자산 증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통합감시시스템 구축과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 제정을 내세웠고 김 후보는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와 정부기관 투자 허용을 공약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실물 코인을 보유하지 않아도 가격 변동에 연동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나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으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주식 투자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23만 명이며 가상자산 투자자는 이미 1500만 명을 넘었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은 2024년 1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개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제도화를 본격화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비트코인 ETF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블랙록의 IBIT가 운용 규모 586억8000만 달러로 가장 크고 피델리티의 FBTC(191억3000만 달러)와 그레이스케일의 GBTC(182억1000만 달러)가 뒤를 잇는다.
다만 국내에서는 ETF 운용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TF 가격과 실물 가격 사이 괴리를 조정할 지정참여자(AP) 제도가 미비하고 증권사 등이 가상자산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특히 이처럼 여야가 나란히 비트코인 ETF 도입을 외쳤지만 실현을 위해선 제도 기반 정비와 명확한 운영 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금정섭 ETF 본부장은 “가상자산 현물 ETF 시대가 되면 코인이 주식이나 채권처럼 제도권 투자 자산으로 편입되기에 신뢰도가 올라간다”며 “국내 금융업계에서도 제도가 정비되면 언제든 가상자산 현물 ETF 운용에 착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