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저임금·정치적 밀착···중국, 헝가리에 4조8천억원 투자

사진=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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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가 중국 기업들의 유럽 내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BYD와 CATL 등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헝가리는 중국 자본의 유럽 진출 핵심 교두보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로디엄그룹과 메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가 공동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대유럽 직접투자 중 31.4%에 해당하는 31억유로(약 4조8300억원)가 헝가리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이는 프랑스·독일·영국 3개국의 투자 유입 비중을 합친 19.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 유럽 관세 피하려 헝가리에 공장…보조금·인건비 매력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헝가리 남부 세게드에 유럽 내 첫 전기차 생산 공장을 건설 중으로 연간 2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도 2022년 헝가리 데브레첸에 73억유로(약 11조370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완공 시점은 2027년이다. 또 다른 중국 기업 이브에너지도 13억유로(약 2조원)를 투자해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은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중국 기업들은 유럽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높은 관세 장벽을 피하고 현지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헝가리는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 관대한 보조금 정책을 제공하며 주요 투자지로 부상했다.

◆ ‘트럼프 스타일’ 외교 전략…중국과 밀착, EU와 충돌

이러한 외자 유치의 배경에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외교 전략도 작용했다. 오르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치적 노선이 유사해 ‘헝가리의 트럼프’로 불리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동시에 중국과는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며 ‘균형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헝가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동참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헝가리를 방문한 바 있다. 또 7월에는 오르반 총리가 방중해 양국 관계를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헝가리는 자국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 주요 은행들로부터 1조원 이상을 차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친중 기조는 EU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EU는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최고 45.3%까지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으며, 이에 프랑스·이탈리아 등 10개국은 찬성했지만 헝가리와 독일 등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에서도 헝가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며 EU 내부에서 독자적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EU 지도자로도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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