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속 유동성 위기 경고등···하반기 채용 재개도 불투명

에쓰오일 본사 사옥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본사 사옥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전격 중단했다. 인적성 검사까지 마친 지원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갑작스러운 결정이다. 실적 부진과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겹치며 경영 악화가 신입 채용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소매영업직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던 지원자들에게 지난 10일 전형 중단을 이메일로 통보했다. 두 자릿수 인원을 채용할 계획으로 4월 서류 접수를 마쳤고 5월에는 인적성 검사까지 실시했지만 최종 면접을 앞두고 전형을 취소한 것이다. 

업계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부득이하게 채용을 중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동일 직군 채용 시 기존 서류 합격자들은 서류전형을 면제받게 되지만 하반기 채용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에쓰오일의 채용 중단은 악화된 경영 실적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1분기 에쓰오일은 2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2분기 영업손실이 약 84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9조원이 투입되는 샤힌 프로젝트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산업단지에 총 9조2580억원을 투입하는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 중이다. 이 사업은 정유 의존도를 낮추고 석유화학 비중을 기존 12%에서 25%로 확대하는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까지 약 6조원이 투입됐지만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수익성 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무 지표도 악화됐다.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853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약 73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3조2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 역시 긴축 경영에 나섰다. 아람코는 2024년 1240억달러였던 배당금을 2025년 854억달러로 약 31% 줄였고 최근 50억달러 규모의 채권도 발행했다. 이런 상황은 에쓰오일의 유동성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편, 이번에 채용이 중단된 소매영업직은 판매 실적 관리와 신규 주유소 유치, 거래처 관리 등을 담당하는 핵심 직군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긴 고민 끝에 부득이하게 채용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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