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경차 등록대수 37.4% 감소
1∼5월 누적 등록도 33.8%↓
일본 경차시장, 전체서 40% 차지

불황형 자동차라 불리는 경차의 판매가 경기 불황에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차 판매가 대형차 선호가 지속되면서 경차들이 단종된 여파다. 경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가량 급감했다.

1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시장에서 경차 신규 등록은 전년 대비 37.4% 감소한 5626대로 나타났다. 올해 1~5월 누적 경차 등록 대수도 전년 동기 4만6517대 대비 33.8% 감소한 3만809대로 집계됐다.

감소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경차 판매량은 7만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경차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20% 감소한 9만9211대였다.

현대자동차 캐스퍼.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캐스퍼. /사진=현대자동차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매년 감소해 2021년 9만8781대까지 내려왔다.

지난 2021년 9월 현대차의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캐스퍼 출시 이후 인기를 끌며 2022년 경차 연간 판매는 13만4294대까지 늘었다.

쪼그라든 국내 경차 시장…이유는?

업계에서는 이같은 경차 외면의 이유로 레저용 차량(RV) 등을 중심으로 대형·고급화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꼽았다. 신차 부재 현상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쉐보레 스파크 단종 이후 현재 국내 시장 경차 모델은 기아 모닝, 레이, 레이EV와 현대차 캐스퍼 밖에 없다.

캐스퍼 기반 전기차인 캐스퍼EV의 크기가 커져 소형차로 분류된 것도 경차 판매량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로 지목됐다.

기아 모닝 /사진=기아
기아 모닝 /사진=기아

한국에서 경차는 연비가 좋고, 운전과 주차가 편리하다는 장점 외에도 다양한 금전적 혜택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10년째 하락세를 겪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경차 외면 이유는 다양하다. 한국은 자동차를 사회적 지위, 부의 상징 등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차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는 면이 있다.

또한 가격도 예전처럼 저렴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이, 캐스퍼 등은 풀옵션 기준 2000만원 전후의 가격을 형성한다. 트림에 따라 비슷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과 비교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각종 세제·법규 혜택이 일부 폐지되고나 축소됐고 제조사는 판매량이 적어 새로운 신형 경차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아 소비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차량 수요 둔화와 대형차를 선호하는 경향 강세로 경차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독보적 신차 모델이 출시되지 않으면 이런 추세는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 아이고 X. /사진=토요타
토요타 아이고 X. /사진=토요타

한국 대비 탄탄한 일본 경차 시장

'경차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하락세를 겪고 있는 한국과 다르다. 일본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 등에 따르면 경차는 지난해 매출 기준 180억달러(약 24조8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40%를 차지했다.

한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경차 종류가 55종에 달한다.

일본에서 경차가 인기있는 이유는 세금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은 자동차세, 취득세, 보험료 등에서 경차에 대해 일반 차량 대비 최대 3배에 가까운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서 자동차를 보유하면 신차 구입 후 3년, 그 후로 2년마다 자동차 검사를 받는다. 이때 중량세(차 무게에 따른 세금)가 부과되는데, 경차는 정액으로 3300엔이고 경차가 아니면 0.5톤(t)당 4100엔을 부과한다. 지역별로 경차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최대 20% 할인해 주기도 한다.

또한 일본에서 차를 사려면 집 또는 집 반경 2㎞이내에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는 '차고지 증명'이 요구된다. 경차는 도쿄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면제된다. 고령화 및 1~2인 가구 비중 확대도 경차 수요를 보장하는 요인이다.

오카자키 고로 일본 자동차저널리스트는 "일본에서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차가 2대 있다면 1대는 경차일 정도로 일본 내 경차 시장의 지위는 확실하다"며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간 신차 경쟁도 치열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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