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은 같지만, 조직은 다르다
연임 여부는 숫자 문제가 아니야
대한민국 통신은 국가였다. 전화국은 관공서였고 유선전화 한 통 하는 데도 허가가 필요했다. 교환기 하나 들여오는 것조차 안보 사안이던 시절, KT는 대한민국 기술주권의 최전선에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장이 열리자 KT는 민영화됐고 경쟁이 시작됐다. 기술은 데이터로, 통신은 인프라가 아닌 플랫폼이 됐다. KT는 더이상 전화국도 공기업도 아니다. KT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민영화 20년. KT는 다시 갈림길에 섰다. <스마트에프엔>이 김영섭 대표와 KT의 AI 전환, 그 빛과 그림자를 추적한다.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김영섭 KT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적과 비전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일부 전략과 인사, 구조조정, 조직문화 개편 방식에 비판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2023년 취임 후 인사 수혈에 속도를 냈다. 16.2%였던 외부 임원 비율은 2025년 3월 30.9%까지 상승했다. 이 중 80% 가까이는 김 대표 취임 후 합류한 인물들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KT의 체질을 바꿨다. 5700여 명에 달하는 인력이 재배치됐고 2800여 명은 희망퇴직, 1700여 명은 자회사로 이동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선로 인프라 운영, 보수 인력을 중심으로 전문 신설법인을 만든 것으로 해당 직군의 지속적인 업무와 고객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KT는 자회사 'KT 넷코어'와 'KT P&M'을 세운 뒤 본사 인력 일부를 이동시켰다. 특별희망퇴직을 신청한 2800여 명을 포함, 4400명의 인력을 감축하면서 직원 수는 1만9000명대에서 1만4000명대로 줄었다.

김 대표는 '효율 중심의 조직 개편'이라며는 LG CNS 때 시도했던 방식들을 KT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지만 KT는 통신 인프라를 책임지는 공공 성격의 조직이다. 외부 전문가들이 전략 부서에 대거 포진하며 "공채는 사라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직원들 사이에선 'CNS화된 KT'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 KT는 "B2C, B2B, 네트워크 등 통신영역과 CSO, CHO, CFO 같은 주요 스탭부서는 KT 출신들이 조직을 관장하고 있다"며 "AI 등 신사업 영역을 중심으로 외부 전문 인력이 입사했다"고 설명했다.
KT에스테이트를 비롯한 비통신 계열사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데 김 대표가 부동산 자산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다만 KT 측은 "부동산 자산의 가치 산정만 했을 뿐 실질적인 매각 액션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3월 MWC 2025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KT에스테이트 보유 호텔 매각과 관련해 일고 있는 논란에 대해 김 대표는 "본업이 호텔업이 아니다"며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운영해 본업을 발달시켜 성장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KT는 통신, AI를 본업으로 삼고 이에 집중해야 한다"며 "호텔을 제값 받고 판 뒤 본업 발전에 힘쓰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KT에스테이트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안다즈 서울 강남,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등 5성급 호텔을 5개갖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773억 원 보다 32% 증가한 101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2023년 6036억 원에서 6205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넘어선 KT에스테이트가 운영 중인 호텔을 매각 검토 대상에 올려 "황금알 낳는 거위 배를 가른다"는 비판이 나왔다.

KT는 호텔 부동산 가치 산정을 진행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당초 1조 원 규모였던 KT에스테이트 소유 호텔 매각 건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알짜 호텔들이 빠진 '노보텔'과 '소피텔' 2개만 매물로 남았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본업 집중' 전략인 ICT 딜도 멈췄다. 김 대표가 추진하던 테이블오더 1위 스타트업 '티오더'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 소상공인 사업 확대를 위한 핵심 아이템으로 꼽혔지만, 정권 교체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의사결정이 정지됐다.
KT와 LG CNS는 기업의 정체성과 생태계, 조직의 연성 구조가 다르다. 같은 처방을 다른 체질에 적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