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높은 실적인데···주가 하락 이유, 'HBM 부진'

인공지능 열풍 속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문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실적 호조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전일 대비 0.98% 하락한 126달러에 마감했다. 하루 전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 93억달러와 주당순이익 1.91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매출 88억7000만달러, 순이익 1.60달러)를 모두 상회한 수치다.
특히 D램 부문 매출은 7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했으며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했다. 마이크론은 인공지능 서버 수요 확대에 따라 데이터센터 매출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4분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매출을 107억달러로 예측했으며 주당순이익도 2.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 역시 시장 평균 예상치(매출 98억8000만달러, 순이익 2.03달러)를 뛰어넘는다.
실적 발표 직후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7.7%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하락 전환됐다. 정규장에서도 하락 마감하면서 실적 대비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HBM 부문 성장 부진'을 지적했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 매트 브라인슨은 "매출 증가는 인상적이지만 HBM 부문은 이전과 거의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와 AMD 등 GPU 및 ASIC 기반 고객사 4곳에 HBM을 출하 중이라고 밝혔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가 실질적으로 반영되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HBM 시장을 주도하는 3대 공급업체로 꼽힌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에 밀려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33년 만에 내준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이 HBM 공급을 확대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마이크론 외 ▲AMD ▲브로드컴 ▲마벨 등에 대한 투자 심리도 살아나는 추세다. HSBC는 브로드컴의 ASIC 부문에 대해 "깜짝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400달러로 상향했고 멜리우스 리서치는 AMD의 목표가를 175달러로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