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도 잇단 참전···삼성SDI는 EDI, LG엔솔은 관련 기술 미공개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국내 배터리 3사 중 SK온이 차세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겨냥한 액침냉각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이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ESS 화재 사고가 반복되는 가운데 고출력·고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열관리 솔루션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SK 온 부스에 액침냉각 등이 적용된 전기차 하부 모형이 전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SK 온 부스에 액침냉각 등이 적용된 전기차 하부 모형이 전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5’ 전시회에서 액침냉각 기술이 적용된 ESS 시스템과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함께 공개했다. 액침냉각은 배터리 셀을 난연성 절연유에 직접 담가 발열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랭식·수랭식에 비해 냉각 효율과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ESS 기술로 각광받는다.

SK온은 자회사 SK엔무브와 협력해 ESS 전용 절연 냉각유도 독자 개발하고 있으며, ESS를 넘어 전기차 배터리용 액침냉각 기술 상용화도 병행 중이다.

정유업계도 차세대 ESS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에쓰오일은 스마트그리드 전문기업 지투파워와 액침냉각형 ESS 개발·사업화 MOU를 이달 체결했다. 이 협력을 통해 '에쓰오일 e-Cooling Soulution' 냉각유를 적용한 지투파워의 인공지능(AI) 제어형 액침냉각 ESS가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산업부 과제기반 개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은 공랭식 대비 화재 및 폭발 위험을 크게 줄였고 운영 에너지를 최대 30% 절감, 충·방전 효율 10% 향상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ESS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시장도 진출을 계획 중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ESS에서 열폭주를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은 배터리 자체보다 냉각 시스템에 달렸다"며 "배터리와 절연유 간 궁합이 중요한 만큼 정유업계와 배터리업계의 공동 개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 구도 변화…삼성SDI, LG엔솔은?

한편 삼성SDI는 EDI(모듈 내장형 직분사 화재 억제 기술)를 통해 ESS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모듈 내부에 화재 억제 소화제를 내장하는 방식으로, 셀 단위 냉각이 가능한 액침냉각 방식과는 기술적 방향성이 다르다. 삼성SDI는 EDI 기술을 상용화하며 글로벌 ESS 프로젝트에서 안전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까지 액침냉각형 ESS 관련 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고출력 제품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열관리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SS 시장은 전력망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확산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며 기술 우위가 곧 시장 점유율로 직결되고 있다. 특히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이후 북미 ESS 시장 확대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및 정유업계가 액침냉각 기술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와 배터리사 간 기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열관리 기술이 ESS 안전성의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른 만큼, 액침냉각 기술 조기 상용화에 성공한 업체가 시장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마트에프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