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발 관세 압박 현실화
주가 호재 바닥까지 반영됐다는 이야기도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 사잔=연합뉴스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 사잔=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월가 일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정책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주가가 이미 호재를 충분히 반영한 상태에서 관세가 기업 실적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은 예상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각)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증시 반응 간 괴리에 주목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 수입업체들이 부담하는 평균 관세율이 현재 13%대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오른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 시행을 8월 1일 이후로 유예했지만 기본관세율 10%와 더불어 ▲철강 ▲자동차 ▲기타 품목별 관세는 이미 적용 중이다.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는 기본관세 10%와 별도로 펜타닐 대응 명목의 20% 관세가 더해져 총 3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과거부터 부과돼온 20%대 관세까지 고려하면 일부 품목에는 총 50% 수준의 고관세가 적용되는 셈이다.

관세 부담은 결국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HSBC의 앨러스테어 핀더 수석 글로벌 주식전략가는 "관세율 상승이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을 5%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미 시행 중인 관세만 고려하더라도 투자자들이 해당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2배로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는 뉴욕증시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그렉 테일러 펜더펀드 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의 주가 수준에서는 대부분의 호재가 이미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대형 기술주 실적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거나 소폭 상승에 그쳤다. JP모건은 2분기 주당순이익(EPS)으로 5.24달러를 기록해 LSEG 집계 예상치(4.48달러)를 크게 상회했으나 주가는 발표 당일 0.7%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도 깜짝 실적을 내놨지만 주가는 0.9% 오르는데 그쳤다. 넷플릭스는 매출과 순익 연간 가이던스를 모두 상향했음에도 주가가 5.1% 급락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중 약 50개 종목 가운데 88%가 시장 기대를 초과하는 실적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기대 이하의 실적에 대해서는 매우 가혹한 처벌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마이클 아로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전략가는 “고평가 구간에서는 기대치를 못 채울 경우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는 향후 실적 시즌과 경제지표 결과가 증시 랠리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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