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품만 때리는 50% 관세에 가격 급등락·선물 격차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 구리 관세에 서명하면서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구리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거래소 간 선물 가격 차도 급격히 벌어졌다. 수입 반제품과 파생 제품에만 관세가 적용돼 세부 품목별로 영향을 가르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31일 백악관과 주요 거래소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구리 관세를 발효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백악관이 함께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관세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관세는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관세가 부과되는 대상은 구리로 만든 파이프 ▲와이어 ▲봉 ▲판 ▲튜브 같은 반제품과 관 이음쇠 ▲커넥터 ▲케이블 ▲전기부품 등 파생 제품이다. 해당 품목의 구리 함유량에 따라 50% 세율이 적용되며 구리 외 구성 성분에는 기존 상호관세 또는 별도 관세가 붙는다. 다만 구리 광석과 농축물, 매트, 전기동판(음극재·양극재), 폐구리 등 원료에는 어떤 종류의 관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자동차 관세와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미국 내 광산과 정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상무장관에게 관련 산업 지원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 생산한 고품질 폐구리의 25% 이상은 자국에서 소비되도록 하고, 구리 원료도 2027년부터 25% 자국 소비를 거쳐 2029년에는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직후 미국 구리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구리 가격은 시간외 거래에서 18%까지 급락했다. 반면 런던금속거래소(LME)의 현물 구리 가격은 t당 9821달러로 전거래일 대비 0.2%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거래소에서도 구리와 주요 금속 가격이 강세를 나타냈다. 알루미늄은 반등했고 니켈은 소폭 하락했다.

트럼프 정부가 고율 관세 시행을 공식화하면서 선물 시장도 요동쳤다. 관세 발표 직후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1개월물 구리 선물은 13% 상승한 반면 LME 선물가는 1.2% 하락했다. 양 거래소 간 구리 선물 가격 차이는 발표 전 1099달러에서 발표 직후 2614달러로 급격히 확대됐다. 현재까지도 이 격차는 유지되고 있다.

관세로 미국 내 구리 수급이 빠듯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미국 내 가격은 상승세를 탔고, 반대로 미국발 수출이 막히자 글로벌 시장은 재고 증가 우려로 가격 하락을 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중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최대 구리 수출국인 칠레의 면제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무역대표부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칠레를 포함해 어떤 나라도 예외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을 주요 수출 시장으로 삼고 있는 남미·아시아 기업들의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세부 지침이 여전히 남아있고 품목별 적용 여부에 따라 추가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각 기업의 구매 전략과 가격 대응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구리는 ▲정제 동 ▲합금 압출봉 ▲구리 봉재 ▲케이블 등 품목이 세분돼 있어 향후 지정 범위가 확대될 경우 시장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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