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규모 50조원 돌파국···내 상장 상품과의 과세 차이 ‘핵심 요인’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해외상장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선호가 꾸준히 확대되는 배경에는 세금 제도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직접 해외시장에서 거래되는 ETF를 찾는 이유가 과세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20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해외상장 ETF 수요 증가의 원인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상장 ETF 보유 규모는 약 50조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이후 유입된 자금만 약 3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해외상장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해외주식 보유금액의 27%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해외주식 순매수액과 거래대금 가운데 ETF 비중이 각각 49%, 46%로 나타나 투자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증시에도 TIGER 미국S&P500, ACE 미국S&P500 등 해외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잇따라 상장됐지만 해외상장 ETF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 가장 큰 이유로는 과세 구조의 차이가 꼽힌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는 세법상 신탁형 펀드로 분류돼 매매차익과 분배금 모두 배당소득세 부과 대상이 된다. 배당소득세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며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49.5%에 이르는 누진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반면 미국 시장의 대표 ETF인 SPY와 QQQ 등 해외상장 ETF는 분배금은 국내와 동일하게 배당소득세 과세 대상이지만 매매차익은 해외주식과 동일하게 양도소득세 22%로 과세된다. 양도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소득 규모가 큰 고액투자자일수록 국내 상장 ETF보다 해외상장 ETF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0~2022년 개인투자자의 자산 규모별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 그룹의 포트폴리오 내 해외상장 ETF 비중은 73%에 달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금 체계가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됐다”며 “세제 차익이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고액자산가가 해외 ETF를 통해 절세 효과를 추구하는 흐름이 지속되면 국내 금융투자 시장의 성장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며 “정책 당국은 국내 상장 ETF와 해외상장 ETF 간 과세 형평성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금융상품을 활용한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장기적으로 자산운용업의 체력이 강화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