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식품 방치···무허가 프랜차이즈 난립
소비자 식탁 안전 위협···사고 안터진 게 기적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새벽 공기가 아직 남아 있는 시간, 한 대의 냉동탑차가 도매시장 주차장에 들어선다. 지게차가 덜컹거리며 움직이고 국밥류 포장 식품과 냉동육, 밀키트, 아이스크림까지 빼곡히 실린 팔레트가 차에서 내려진다. 제조사에서 출발해 냉동차를 타고 도착하는 순간까지는 콜드체인 원칙이 지켜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냉동탑차가 도매시장 주차장에 제품을 팔레트에 내리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냉동탑차가 도매시장 주차장에 제품을 팔레트에 내리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냉동탑차는 짐을 내리자마자 시장을 빠져나간다. 팔레트에 올려진 냉동식품은 그대로 40도 가까운 뙤약볕 아래 놓인다. 여름철 습하고 무더운 날씨 속 제품상자는 녹기 시작한다. "오전 6시에 내려놓은 냉동국밥 제품이 10시에도 그대로 있었다. 흐물거리는 걸 보면서 정말 아니다 싶었다." 제보자 A씨는 한 두 번 목격한 게 아니라 수개월간 목격한 장면을 떠올렸다.

"5~6개월 같은 광경을 보았다. 처음엔 일시적인 사고나 예외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도, 심지어 해가 바뀌어도 똑같았다. 한두 번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였다."

냉동식품은 상식적으로 30분 이상 상온에 노출되면 품질이 급격히 저하되고 1시간만 지나도 재냉동해 판매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업계에선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냉동 국밥, 육류, 밀키트 같은 제품들이 SUV, 승용차, 개조 화물차에 실려 각 매장으로 운반된다. "냉동차가 아니라 그냥 카니발, 투리스모, 심지어 승용차에도 싣는걸 봤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녹았는지 소비자는 알 수 없다." 제보자 A씨의 설명이다.

그는 과일이나 채소였다면 상인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문제는 냉동식품이었다. "녹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상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팔레트에 냉동제품 박스가 놓여있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팔레트에 냉동제품 박스가 놓여있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상인들이 사용하는 지게차와 주차 공간도 문제였다. 주차장이 사실상 창고처럼 점거되면서 일반 상인들이 차를 세우지 못해 이중 주차가 반복되고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그러나 누구도 항의하지 않았다. "그만큼 힘 있는 상인들이고 눈 감아주는 분위기가 굳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본사, 무허가 프랜차이즈의 민낯

다른 일도 있다. 시장 곳곳에서 번지고 있는 '무허가' 프랜차이즈다. 체인점처럼 보이는 이름을 내걸고 운영되지만, 이들 일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 등록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간판에는 1호점, 2호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오픈채팅방에선 '본사'라는 단어가 보이지만 실제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선 그 본사라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채팅방에서 정보를 접한 제보자 B씨는 "가맹 상담을 받아봤는데 수천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본사라며 안내했지만, 법적으로 본사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점주들이 들려준 얘기가 더 있었다고 했다. "6개월 동안 거래명세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 상당수 제품은 수개월간, 심지어 폐점 시점까지도 공급가를 확인할 수 없어 마진 계산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어떤 점주는 세금계산서를 요구했지만, 본사 명의가 아닌 다른 회사 명의로 발급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을 이용하면 프렌차이즈업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홈페이지 캡쳐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을 이용하면 프렌차이즈업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홈페이지 캡쳐

이런 구조에서 해당 점주는 피해자이면서도 공범이 될 수 있다. 목돈을 내고 점포를 차린 점주는 발을 뺄 수도 없고 문제를 알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보자 B씨의 증언이다. "일부 점주들 얼굴을 보면 슬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미 매장을 열었으니 빠져나올 수가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상가상 일부 공구 관련 오픈채팅방도 문제다. 소비자 모집, 가맹 문의를 받는 닉네임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채팅방 한 곳엔 '가맹 문의 1:1 채팅 환영'이란 안내 문구까지 내걸었다. 점주들이 소비자로부터 "이거 어떻게 차리냐"는 질문을 받으면, 본사라 칭하는 곳으로 연결해 주는 식이었다.

점주들은 이런 본사를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겼다. "물건을 쥐고 있는 사람이 본사였다. 점주들은 본사에서 받아야 장사를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제보자 B씨의 말처럼, 점주는 피해자이면서도 불법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보였다.

국제 기준이 가르쳐준 방향

해외는 어떨까. 기준은 분명했다. AFGC(호주·가금류 식품 그룹)는 냉장식품은 20분 이상 상온에 두지 말고 냉동식품도 에어컨 환경에서 최대 60분, 0~5℃ 환경에서는 90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냉장식품은 5℃ 이하, 이상 보관 시 최대 4시간, 그 이후엔 폐기하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호주 또한 '2시간/4시간 가이드'를 적용한다. 식품이 5℃–60℃(위험 구역)에 있다면 2시간까지는 냉장·즉시 사용, 4시간까지는 즉시 사용, 초과 시 폐기해야 한다.

영국과 EU는 냉장 제품은 8℃ 이하 보관을 법으로 규정하고, 잠시 온도 통제가 어긋날 수 있어도 "소비자에게 건강상의 위험이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한다.

이같은 국제 기준은 냉동 또는 냉장 식품이 언제까지, 어떤 조건 하에서 안전을 보장하는지를 명확히 말하고 있다.

층층이 쌓인 피해는 소비자 식탁에 올라간다

냉동식품 방치와 무허가 프랜차이즈 확산은 '삼중피해'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변질 위험이 높은 식품을 안전망 없이 소비한다. 점주는 불투명한 구조 속에서 목돈을 날리거나 모든 책임을 홀로 떠안는다. 제조사는 자신들의 제품이 불법 유통망에서 취급되며 브랜드 신뢰가 훼손된다.

"만약 내가 아는 사람이 그 매장에서 물건을 사 먹는다면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라는 제보자 A씨의 말은 소비자 불안을 압축한다. 제조사도 자유롭지 않다. 일부 영세 제조사는 불법 구조를 알면서도 물량을 팔기 위해 침묵한다. "물건을 안 사주면 우리는 망한다. 알면서도 말을 못한다." 제조사의 딜레마다.

2020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온도조절 장치를 불법으로 차량에 설치해 온도 기록을 조작한 업체 3곳과 소속 운반 차량 8대를 현장 점검에서 적발했다. 이들 업체는 유제품 운송 과정에서 유류비를 아끼려고 냉동탑차의 내부 온도 기록을 임의로 조작한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방송 캡쳐(https://www.youtube.com/watch?v=T8Zxe-ZfYf0&t=8s)
2020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온도조절 장치를 불법으로 차량에 설치해 온도 기록을 조작한 업체 3곳과 소속 운반 차량 8대를 현장 점검에서 적발했다. 이들 업체는 유제품 운송 과정에서 유류비를 아끼려고 냉동탑차의 내부 온도 기록을 임의로 조작한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방송 캡쳐(https://www.youtube.com/watch?v=T8Zxe-ZfYf0&t=8s)

소비자 피해는 보이지 않게 축적된다. 상한 냉동식품이 다시 얼려진 채 판매되기도 하지만 소비자는 이를 알 방법이 없다. 식중독이 발생해도 원인을 추적하기 어렵고 CS를 처리할 본사도 없다. "대기업이었다면 바로 항의했을 것이다. 여기는 본사도 없고, 책임질 사람도 없다."

점주와 소비자 모두 피해자인 이 구조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정위, 식약처, 지자체는 각각 책임 소재가 달랐다. 관리감독의 틈을 노린 무허가 프랜차이즈는 계속 늘고 있다. 종합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이 순간에도 팔레트 위에 놓인 냉동식품 상자가 햇볕에 노출돼 있을지 모른다. 소비자도 그것이 어떻게 식탁에 오를지 모른다. 제보자 A씨의 마지막 말이 어른거린다. 

"국민 먹거리에 직결된 문제다.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게 기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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