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똠얌 맛집 '쩨파이' 셰프와 협업
출시 1년 만에 700만 봉, 14개국 수출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 똠얌' 컵라면의 모습./사진=김선주 기자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 똠얌' 컵라면의 모습./사진=김선주 기자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일본 편의점 진열대에 들어서면 익숙한 듯 안 익숙한 듯한 보라색 컵라면이 눈에 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익숙한 신라면 로고 아래 ‘Tom Yum’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농심이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전용으로 내놓은 ‘신라면 똠얌’이다.

신라면 똠얌은 2023년 11월 태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됐다. 새콤하고 매콤한 ‘똠얌 쿵’ 맛을 신라면의 얼큰한 국물과 접목한 제품으로, 레몬그라스·라임잎·액젓 등 향신료를 조합해 이국적인 풍미를 살렸다.

기존 신라면의 불같은 매운맛에 새콤한 향신료가 더해지면서 ‘한국식 매운맛+태국식 매운맛’의 독특한 조화를 구현했다. 태국 방콕의 전설적인 똠얌 맛집이자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쩨파이(Jay Fai)’ 셰프와 협업해 현지 정통 레시피의 맛을 최대한 재현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 신라면과 다르게 '똠얌 페이스트'가 추가로 들었다./사진=김선주 기자 
기존 신라면과 다르게 '똠얌 페이스트'가 추가로 들었다./사진=김선주 기자 

출시 직후부터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신라면 똠얌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봉을 돌파했다. 태국 내 주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꾸준히 판매 상위를 차지하며, 단일 해외 변주 제품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기록했다고 한다. 

농심은 이후 이 제품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 유럽과 오세아니아, 중앙아시아 등 총 14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글로벌 신라면 라인업 중 가장 성공적인 현지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농심재팬은 지난 5월 신라면 똠얌 큰 사발면을 일본 전 지역의 일부 편의점에서 선판매했다. 지난 22일에는 '신라면볶음면 똠얌'을 출시하기도 했다. 신라면 똠얌 용기면이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열도 내 신라면 똠얌 열풍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라면 “왜 이런 재미있는 제품을 한국에선 팔지 않느냐”는 궁금증이 생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똠얌은 처음부터 수출 전용 제품으로 기획된 만큼 현재까지 국내 출시 계획을 따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 라면 시장은 이미 ‘신라면=빨간 국물’ 이미지가 뚜렷해, 변주 버전이 정식 상시 라인업에 들어가면 브랜드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똠얌 특유의 향신료 원재료는 수입 원가가 높고, 한국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도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액젓, 레몬그라스, 라임의 맛과 향이 신라면 국물 베이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동남아 향신료를 선호한다면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먹을 맛이다./사진=김선주 기자 
액젓, 레몬그라스, 라임의 맛과 향이 신라면 국물 베이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동남아 향신료를 선호한다면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먹을 맛이다./사진=김선주 기자 

신라면 똠얌은 기존 신라면보다 향신료 향이 강하다. 첫 입은 새콤한 라임과 레몬그라스 향이 확 치고 들어오고, 곧이어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이 뒤따른다. 

똠얌 특유의 감칠맛이 국물에 스며들어 ‘해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라면’이라는 차별성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매콤하면서도 동남아의 향이 강하게 올라와 국물 맛이 달라져 전혀 다른 제품처럼 느껴진다. 똠얌 매니아라면 맛있게 먹겠지만,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신라면 똠얌의 성공은 농심의 글로벌 전략 속에서 의미가 크다. 신라면은 2021년을 기점으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50%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약 60%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신라면 매출은 1조 3400억 원에 달한다.

농심 입장에서 해외 전용 제품의 성공은 곧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직결된다. 신라면 똠얌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농심의 해외 매출 성장 스토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히든 카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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