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 속 5060세대까지 취약차주 확대
은퇴 후 생활비 공백 우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3040세대의 부동산 ‘영끌’ 대출이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면서 노후 준비 여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억2000만원을 넘어섰고, 은퇴를 앞둔 5060세대 역시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채 부담에 짓눌린 가계는 은퇴 이후 생활비 마련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국은행과 KB금융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66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40대의 대출 잔액은 1억2100만원, 30대 이하도 845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50대 역시 9920만원으로 2년 반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취약차주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60대 이상 취약차주는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50대는 32만3000명에 달했다. 다중채무와 낮은 신용등급이 겹친 고위험 차주가 늘어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과도한 빚은 노후 준비를 어렵게 하고 국가 경제에도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금융 취약계층 보호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 준비 실태도 부채 부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KB금융이 전국 25~74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후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답한 가구는 19.1%에 불과했다.
필요한 최소 생활비는 월 248만원으로 집계됐으나 연금·저축 등 실제 조달 가능한 금액은 월 230만원에 그쳐 격차가 드러났다. 은퇴 희망 나이는 평균 65세였지만 실제 은퇴 시점은 56세로 9년이나 앞당겨졌다. 준비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부담과 노후 준비 부족이 맞물리면서 사회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송파·성동·서초·강남구와 경기 과천시는 전년 말 대비 10% 이상 집값이 올라 여전히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 대출 억제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노후 불안을 덜기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박 의원은 “현재의 과도한 빚 부담은 노후 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국가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뇌관이 된다”며 “정부가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