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범사업 전면 보류 지시
주광야오·저우샤오촨 등 내부 시각 엇갈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중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홍콩에서 추진하던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인민은행을 비롯한 당국이 민간 기업의 화폐 발행 참여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사업 추진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과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이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인민은행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등으로부터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당분간 추진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뒤 계획을 전면 보류한 상태로 알려졌다.
앤트그룹과 징둥닷컴은 당초 홍콩 금융관리국(HKMA)이 추진하던 스테이블코인 시범사업에 참여해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을 발행하거나 위안화 연동 디지털 자산을 실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민간기업의 화폐성 자산 발행에 제동을 걸면서 홍콩을 거점으로 한 프로젝트는 사실상 정지됐다.
FT는 인민은행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기술기업이나 증권사가 어떤 형태로든 화폐 발행에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e-CNY) 프로젝트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나 금 등 실물자산에 가치를 연동한 디지털 자산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의 약 99%가 달러화에 교환가치를 고정하고 있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달리 가상자산 관련 정책 실험의 거점으로 주목받아왔다. 홍콩금융관리국은 지난 8월 일정 수준의 자본금과 준비금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가 당국 허가를 받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시행한 바 있고, 이로 인해 홍콩은 본토보다 개방적인 정책 실험 무대로 평가돼 왔다.
이에 주광야오 전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지난 6월 한 포럼에서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장려하는 것은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라며 “중국은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의 시범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고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금융 전략에 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전 총재는 다른 비공개 금융 포럼에서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투기와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결제 시스템 비용 절감 효과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제 수요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이미 2021년부터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하며 금융 안정성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 자산의 범위를 넓히려는 홍콩의 시도와는 달리 중앙 통제 강화라는 중국 본토의 방향성을 다시 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이번 결정은 각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특히 화폐 발행권이 중앙은행에만 속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