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 속 메모리 가격 급등
국민연금·코스피까지 덩달아 ‘훈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사진=각 사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사진=각 사 제공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반도체 시장에 거대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D램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및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재현되면서 국내 증시 전반에도 상승세가 확산됐다.

2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 DDR4 8Gb의 현물 가격은 20일 기준 평균 8.049달러로 17일 대비 1.59% 올랐다. PC용 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도 9월 말 6.3달러를 기록하며 2019년 1월 이후 약 6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2016~2018년 슈퍼사이클 당시와 비슷한 흐름이다.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범용 D램 수요 급증이다. 엔비디아가 최근 공개한 신제품에 범용 D램을 채택하면서 수요가 추가로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서버용 수요 증가로 D램 가격은 4분기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반도체 호황은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닌 구조적 성장 국면으로 분석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재고 조정 중심의 단기 사이클이 아닌 장기 수요 기반의 성장세”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12조1317억원과 12조4954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85%, 54.59%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이미 1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확대로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민연금도 이 반도체 랠리의 수혜를 크게 입었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지분 가치는 올해 초 129조1610억원에서 이달 210조8512억원으로 81조6903억원 늘었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23조원에서 42조5000억원으로 84.6%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9조5000억원에서 22조6000억원으로 136% 급증했다.

코스피 전반에서도 반도체 중심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는 지난달 이후 26.23% 급등한 반면 동일가중지수는 7.76% 상승에 그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8조9270억원, SK하이닉스 85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는 9월 3100선에서 3800선으로 올라섰고 시가총액은 2583조원에서 3087조원으로 504조원 늘었다. 이 중 65.8%가 두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 증가에서 나왔다.

9월 이후 KRX 반도체지수가 52.0% 급등하며 시장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KRX 헬스케어지수는 같은 기간 4.70% 상승에 그쳤고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1.52%, 7.81% 상승에 머물렀다.

한편, AI 투자 확대와 함께 시작된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실적, 주가, 지분가치, 지수 모두를 끌어올리며 한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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