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판호(版號)'는 한국 게임업계의 '골든 티켓'이었다. 판호 발급 소식에 관련 게임사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곤 했다.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판호 획득 소식이 전해져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거나, 게임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게임업계에서는 "판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판호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게임 시장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K-게임을 견제하기 위해 시작된 '한한령'은 중국 내수 게임 산업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됐다. 텐센트, 넷이즈 등 거대 자본은 K-게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국 개발사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원신'과 같은 글로벌 메가 히트작이 탄생했다. AAA게임인 '오공'까지 성공하며 중국 게임의 품질은 K-게임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제 K-게임이 가졌던 품질 우위라는 무기는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판호보다 더 무서운 '보이지 않는 장벽'도 등장했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수익모델(BM) 규제'다. 2023년 말 발표된 규제안 초안은 K-게임의 핵심 BM을 정조준했다. ▲일일 접속 보상 금지 ▲과금 한도 설정 등은 사실상 K-MMORPG의 성공 공식을 원천 봉쇄하는 조치다. 어렵게 판호를 획득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K-게임이 가장 잘하는 '돈 버는 방식'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 시장은 고위험·고수익 시장에서 고위험·저수익 시장으로 변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K-게임사들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중국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에 업계는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시장과 PC·콘솔 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 그 체질개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대표적이다. 이들 게임은 중국 시장 없이도 글로벌 무대에서 '게임성' 하나로 당당히 성공하며 새로운 성장 공식을 입증했다.
판호 영향력의 하락은 K-게임 산업의 쇠퇴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중국 시장 리스크의 현실화'와 'K-게임의 성공적인 전략적 다변화'가 맞물린 필연적인 결과다.
최근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의 문호가 열리더라도 이것이 K-게임에 절대적인 수익으로 바뀔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시장의 확대가 일부 수익 증가로 기대는 될 만하다. 다만 더 이상 '판호'라는 단 하나의 문에 목을 매는 대신, 글로벌 시장으로 통하는 여러 개의 문을 스스로 열고 있는 K-게임 산업의 전략적 성숙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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