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파운드리 수장 대대적 물갈이
전자 관계사도 쇄신 강조 인사 단행
롯데그룹, CEO 18명 교체 강수…위기 극복 급선무
LG그룹, 승진 규모 최소화…젊은 인재 대거 발탁
삼성그룹은 반도체 부문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LG그룹은 ‘성과주의’와 ‘미래 준비’를 강조하며 ABC(AI·바이오·클린테크)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연구개발(R&D) 인재 승진을 통해 미래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
아울러 삼성그룹은 여성 및 외국인 임원의 승진을 통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여성 리더십 강화를 위해 여성 임원의 비율을 늘리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여성 임원을 배출하고 있다. LG그룹은 여성 임원의 승진을 통해 리더십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그룹은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의 유연성과 혁신성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적 방향성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해 강화했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하게 돼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사업도 재정비에 나섰다. 파운드리사업부장을 전격 교체하고, 한진만 전 DSA총괄 부사장을 승진시켜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와 가동률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았다. 파운드리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하고, DS 부문 직속으로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신설했다.
경영 체제 개편을 위해 DS 부문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했다. 이를 통해 부문별 사업책임제를 확립하고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산하에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해 품질 분야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신사업 발굴과 마케팅 강화를 위해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고한승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미래사업기획단장 사장으로 임명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또 이원진 전 상담역을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을 사장으로 임명해 마케팅, 브랜드, 온라인 비즈니스를 총괄하게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쇄신 인사로 평가되며 특히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삼성, 경영진단실 신설…미래전략실 부활?
삼성은 전날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에 그룹 관계사 경영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실장으로 임명했다.
경영진단실은 관계사의 요청에 의해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이다. 계열사의 요청에 따라 경영, 조직, 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경영진단실은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과 유사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내부 검찰’로 불렸던 미전실 경영진단팀은 지난 2017년 해체된 이후 감사 기능은 각 계열사 산하 경영진단팀으로 흩어지면서 규모가 축소됐다.
이번에 신설된 경영진단실은 관계사의 사업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영 건전성을 확보하는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각 계열사의 내실 있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것이 목표다.
삼성은 현재 직면한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경영진단실을 신설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인한 그룹 전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삼성은 경영진단실을 통해 주력 사업의 위기 원인을 계열사의 단기 성과주의로 판단하고,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그룹 전체의 장기적인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제2의 반도체 사업 위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미래의 잠재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SDS 등은 이날 수장을 교체했다. 삼성전기는 이번 사장 교체에서 제외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청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내정했다.
신임 이청 대표이사 사장은 포항공대 화학공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를 거쳐 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 및 공정기술 등을 두루 경험한 디스플레이 기술 전문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경쟁구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풍부한 경험과 기술 리더십을 겸비한 이 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해 경쟁사들과의 초격차 확보를 위한 혁신과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신임 대표이사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내정했다.
신임 최 사장은 카이스트(KAIST) 전자공학 박사학위 취득 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DS부문 미주총괄 등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삼성SDI는 최 사장은 그동안 축적한 성공 노하우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삼성SDI의 혁신과 회사가치 제고를 지속해서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신임 이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학부 졸업 후 미국 메사추사츠공과대(MI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IT 및 통신기술 전문가다.
삼성SDS는 신임 이 사장이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서 보여준 기술 혁신과 세계 최초 5G 통신망 상용화 등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삼성SDS의 새로운 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다져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장덕현 삼성전자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장 사장은 지난 2022년부터 삼성전기를 이끌고 있다.
장 사장이 취임한 그해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실적은 전년 대비 하락했다. 이후 전장용 사업 비중이 두 자릿수까지 확대되는 등 성장이 예상되는 제품군의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기는 전장용 제품 라인업 확대와 차별화 기술을 통해 올해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를 세웠다.

롯데그룹은 최근 주력 사업인 화학과 유통에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과거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최근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66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중국의 석유화학 공장 대규모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 급락이 주요 원인이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지난 2019년 말 3조6316억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0조9571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을 미준수해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 이는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유통 부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1~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3.8% 감소했고, 순이익은 90.7%나 급감했다. 온라인 사업인 롯데온도 누적 적자가 5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 외에도 고가에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의 실적 부진도 한몫했다.
롯데그룹은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기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룹 차원의 자산 효율화 작업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했다.
최고경영자(CEO)의 36%가 교체되고 전체 임원 규모를 13% 줄였다.
특히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그룹의 혁신 드라이브를 이끌게 된 점이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젊은 리더십을 구축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이 퇴임하고, 70년대생 CEO를 12명을 발탁했다. 젊은 리더십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신유열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그룹이 신사업과 글로벌 시장 개척에 더욱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오CDMO 등 미래 성장 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그룹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최근 유동성 위기설로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화학사업 부문에서 13명의 CEO 중 10명을 교체하는 등 고강도 쇄신을 단행한 것이 눈에 띈다.
롯데그룹은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인적 쇄신에 따른 조직 안정화와 새로운 리더십의 성과 창출 여부가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을 위해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LG그룹은 승진 규모를 축소해 안정을 꾀하고 젊은 인재를 발탁해 미래 먹거리 준비에 나섰다.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 139명에서 121명으로 축소됐다. 신규 임원은 86명으로, 지난해보다 13명 줄었다.
신규 임원의 평균 연령은 49세로 유지됐다. 인공지능(AI) 및 신기술 분야 강화 80년대생 AI 분야 신규 임원 3명을 선임했다.
LG AI연구원에서 2명의 수석연구위원(상무)을 발탁했다.
여성 리더십 확대 7명의 여성 임원을 신규 선임해 다양성을 강화했다.
LG유플러스 신임 CEO로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 사장이 보임됐다.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김영락 부사장과 LG CNS CEO 현신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LG그룹은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CEO를 유임시켜 안정성을 유지했다. 동시에 일부 최고경영진의 변화를 통해 혁신을 추구했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도전적 목표’와 ‘변화’, ‘혁신’ 강조 경영철학을 반영해 LG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조직의 변화를 가속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