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세그먼트 라인업 구축…EV시리즈로 이어지는 전동화로 경쟁력 키운다
새롭게 해석되는 타이거노즈 패밀리룩…형보다 나은 디자인 정체성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현대차에 이어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는 기아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기차와 더불어 현재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SUV 차종과 더불어 세단 등 안정적인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등 선진시장에서 판매량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만 308만7348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매출액 99조8084억원, 영업이익 11조607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8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면서 올해도 320만대의 판매량과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설정했다. 기아는 올해도 전기차 둔화세를 타개할 EV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매진할 예정이다.

기아는 현대차와 함께 국내 브랜드중 가장 다양한 세그먼트를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다. 경형차부터 준대형SUV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는 라인업을 바탕으로 소비자마다 다른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한국GM의 스파크가 단종되면서 국내 경형차 라인업의 비중이 더욱 커진 모닝과 레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판매 다양성의 강점으로 꼽힌다.
흔히 사회초년생이나 세컨카 영업용 차량으로 활용도가 다양하며 접근성이 높은 경형차에서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은 고부가가치의 프리미엄 모델의 판매량만큼이나 의미가 크다.
경형차와 마찬가지로 내수 시장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은 세단에서도 기아는 준중형에서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하면 수입브랜드로 시선을 돌리는 현재 시장에서 매번 꾸준하게 페이스리프트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다는 점은 기아의 브랜드 강점으로 거론된다.

기아의 가장 주력 세그먼트라고 할 있는 SUV에서도 소형에서 준대형까지 상품성 높은 차종이 대거 즐비해있다. 니로와 셀토스는 첫차로 구매하기 좋은 차량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스포티지는 해외 시장에서 높은 상품성을 기반으로 인상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싼타페와 항상 비견되는 쏘렌토는 싼타페의 약점이라고 평가되는 호불호 갈리는 디자인과 달리 호평을 받으면서 SUV 매니아들의 소비심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연식변경 모델로 재등장한 SUV 모하비도 기아의 주력 모델이다. 튼튼한 차체로 군용차로도 활용되는 모하비는 신규 픽업트럭모델로 후속 모델을 출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외에도 아빠차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카니발도 기아의 매력적인 베스트 셀링 모델 중 하나다.
기아의 이와 같은 다양성 높은 라인업은 인기 차종의 수요와 시장상황에 맞춰 EV시리즈로 재탄생할 가능성도 높다. 판매량이 적은 모델들을 전동화하면서 유연하게 판매 전략을 내세우는 것은 기아가 가진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부끄러웠던 엠블럼 떼고 더욱 강인해진 호랑이코 패밀리룩
기아가 지난해 출시한 차량들은 모두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높아진 상품성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디자인만큼은 현대차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릴 만큼 기아의 차량 디자인적 선호도는 높은 측에 속한다. 과거 브랜드 엠블럼이 '옥에티'라는 말이 많았지만, 현재는 새로 바뀐 엠블럼과 함께 디자인의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
또한 패밀리룩의 정통성으로만 따졌을 때 기아는 현대차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 내놓는 차량들마다 바뀌는 디자인 정체성으로 인해 중구난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현대차는 새로운 패밀리룩인 심리스호라이즌램프를(일명, 일자형 눈썹) 적용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아의 경우 호랑이의 코를 연상시키는 타이거 노즈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디자인 정체성을 잡았다.

타이거노즈의 첫 등장을 거슬러가보면 2007년 기아가 내놓은 콘셉트카가 출발선이었다. 양산차로는 과거 기아의 세단 모델인 로체에 첫 적용됐다. 이후 세단모델들에 성공적인 안착에 이어 SUV모델들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계속해서 성공적인 사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플래그십 세단인 K9의 경우 타이거노즈의 몇 안되는 실패작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후 K9은 1년 반만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재출시됐다.

올해 출시가 예고된 EV5와 함께 EV3~4도 내연기관에서 적용됐던 타이거노즈를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전동화 계획도 차근차근...늘어나는 EV라인업
탄소중립으로 인해 친환경차 기조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전동화 로드맵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과 함께 기아의 EV시리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과 상품성으로 인정받는 전동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EV6를 시작으로 전동화의 첫 단추를 끼운 기아는 지난해 EV9을 출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3열까지 이어지는 전기차는 드물었기 때문에 EV9의 출시는 의미가 컸다. EV9은 EV6에 이어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면서 디자인과 상품성 두 마리토끼를 잡았다.
상품성과 별개로 기대에 못미치는 판매량은 올해 극복해야할 과제다. 프리미엄 전기차이긴 하나, 가격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이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EV9의 가격은 올해도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대해 8000만원이라는 가격표는 수입차로 눈을 돌리기 충분한 금액이라는 점도 영향이 크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EV5가 중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아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