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급여, 사용자에게 지급은 불가해"
내부통제 작동했으나 영업점들 '묵살'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은행 234개 영업점은 2018년 5월 9일부터 2020년 12월 4일 기간 중 퇴직급여를 지급할 사유가 발생한 474건에 대해 가입자가 지정한 계정이 아닌 사용사 계좌로 퇴직연금 적립금 약 43억원을 지급하는 등 퇴직연금사업자의 책무를 위반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같은 퇴직연금사업자는 운용관리업무 및 자산관리업무에 관한 계약의 내용을 지켜야 한다. 또 기업은행의 퇴직연금(DC·기업형IRP) 운용관리계약서 및 자산관리신탁계약서에 따르면, 은행은 가입자의 퇴직급여 지급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가입자가 지정한 계정 등으로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은 이를 위반했다. 쉽게 말해, 퇴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연금을 사측에 지급한 것이다.
내부통제도 소용 없었다. 기업은행 모부서는 2020년 12월 7일 고용노동부로부터 '퇴직급여를 사용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행정해석을 받아, 다음 날인 2020년 12월 8일 각 영업점에 통보했다.
그러나 112개 영업점은 2020년 12월 16일부터 2022년 8월 17일 기간 중 퇴직급여를 지급할 사유가 발생한 188건에 대해 가입자가 지정한 계정이 아닌 사용자 계좌로 퇴직연금 적립금 약 18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왜 이 같은 계약내용 위반 사항이 발생한 것일까.
기업은행 측 입장을 들어보면, 이는 사용자가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퇴직금을 별도로 지급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가입자는 이미 퇴직금을 받았으므로, 기업은행으로부터 퇴직연금을 받으면 다시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가입자의 불편함을 고려해, 사용자와 가입자 간의 퇴직금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가입자의 동의를 받아 사용자 계좌에 퇴직연금을 반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명백한 절차상의 위반 사항에 책임을 물었다. 기업은행은 과태료 5000만원, 기관주의 제재를 처분받았다. 이 외에도 임원과 직원은 주의 및 자율처리 필요사항 등 제재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