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으로 글로벌 임상 및 원료의약품 수입 타격
이달 출범 예정 '국가바이오위원회' 회의·일정 '잠정보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역시 흔들리고 있다.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임상 진행과 원료의약품 수입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오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위원회)' 출범도 차질이 생기면서 업계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자본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하락 출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8원가량 오른 1420원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7원(지난 9일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24일 1439.7원을 기록한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역시 14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당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1원 오른 1434원에 개장했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 업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글로벌 임상시험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에서 2023년까지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 약 3900건 가운데 제약사 등이 한국 포함 2개국 이상에서 실시한 다국가 임상시험의 비중은 약 48%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5년(2014∼2018년)에 비해 절대 승인 건수 기준 약 28% 증가한 수치다.

전통제약사들은 고환율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는 원료의약품 대부분을 달러로 구매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직접적인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해외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신약 개발 기업들도 연구개발 비용 증가라는 리스크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약 연구개발(R&D)과 기술수출, 해외 기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예측불허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면 경영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인해 글로벌 임상 시험, 해외 특허 출원, 원료의약품 수입에 대한 비용 부담이 매우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당장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될경우 금리, 의정 갈등으로 산업 전반적인 침체가 지속되고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정까지 가세해 기업 활동에 더 큰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도 "올해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시장이 잠시 주춤했다"며 "정부가 새로운 R&D 투자 방향을 내놓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업계에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상승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들이 해외 거래처에 기업들이 지불해야 하는 대금은 물론 향후 거래에 대한 부담도 가중됐다"고 전했다.

7일 오후 5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탄핵·김건희 특검'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MBC 유튜브 캡쳐

아울러, 이달 출범 예정이었던 국가바이오위원회 역시 계엄령으로 인해 발목 잡힌 상황이다.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됐으며, 연구개발이나 인허가 등 바이오 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 기구로 기획됐다.

향후 보건·의료, 식량, 자원, 에너지, 환경 등 바이오 관련 주요 정책·제도를 수립하고, 관련 규제도 개선할 계획이었다.

또 생물학적 위협 대응, 공급망 안정화 등 바이오 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 바이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공공 협력체계 구축과 국제협력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하고 이상엽 카이스트 부총장은 부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정부위원으로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청,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위원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기구다.

윤석열 대통령을 주축으로 바이오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단 계획이었으나, 계엄 후 구심점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와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혀 직무 배제되면서 위원회 출범에 제동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바이오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던 제약바이오 업계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위원회 출범 연기에 따라 정부 지원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부분은 단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정부 사태에 따른 신속한 수습 및 추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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