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7월22일부터 폐지
시장 반응 '시큰둥'…"이전과 같을 것"
시행령·고시 등 하위법령 신속 정비 필요

지난해 국회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안이 통과됐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통신사의 지원금 한도를 정해뒀던 단통법이 폐지됨에 따라 단말기 할인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아직은 폐지 이후 시장 흐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평일인 지난 7일 오후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에 위치한 휴대폰 상가. 수십개가 넘는 매장에 비해 상담을 받고 있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상가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상담 한번 받고 가세요'하는 호객행위가 뒤따랐다. 

그 중 '성지'라고 쓰여 있는 몇 군데에 들려 상담을 받아 봤다. 성지는 일반 대리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 판매점을 의미한다.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휴대폰 판매점들이 모여 있다. 성지는 '휴대폰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사진=한별 기자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휴대폰 판매점들이 모여 있다. 성지는 '휴대폰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사진=한별 기자

상담 결과 대부분은 통신사 이동을 조건으로 삼성의 갤럭시S 24를 무료로 구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애플의 아이폰도 할인율이 낮았지만 확연히 낮은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10만원대의 요금제를 6개월동안 사용하고 이후 낮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단통법 폐지로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지 물어봤다. 상담 직원이 시큰둥하게 답했다. "단통법 폐지요? 의미 없죠. (단통법) 있었어도 지원금이랑 보조금은 항상 나왔어요." 

그러면서 통신사 공시지원금으로 인해 '단가'가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며 빨리 계약하라고 권했다. 상담 직원들은 정책에 따른 공시지원금은 변화가 많다며 '가장 저렴한 지금' 계약해야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통신 3사에 확인한 결과 공시지원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변한다. 단말기 수급 상황이나 마케팅, 프로모션 등을 고려해 정한다. 

한 업체에서는 당장 계약하면 통신사 변경으로 인해 물어야 하는 위약금도 지원해주겠다고 말했다. "단통법이 완전히 폐지되기 전인 지금이 가장 저렴합니다. 막상 법이 폐지되면 통신사들이 더 큰 폭의 할인을 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공식 대리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신사 공시지원금과 카드 혜택을 합치면 갤럭시S 24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 출시되는 신제품 갤럭시 시리즈의 경우 아직 가격이 확정되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10만원 안팎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신폰이라 공시지원금이 나오지 않아도 선택약정할인으로 요금제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리점 직원 역시 "단통법이 시행돼서 나온 게 공시지원금이다. 이름만 달라질 뿐이지 할인은 똑같이 해왔다"고 말했다. 

"구매하고 돈 받아가세요" 인터넷 성지, '최대 지원금 보장'

인터넷에서 휴대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이른바 '휴대폰 성지'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검색된 온라인 성지에는 '시세표'가 있었다. 알록달록한 시세표를 살펴보니 갤럭시S24를 SK텔레콤 번호이동하면서 구매시 -17이라고 쓰여 있었다. 

마이너스(-) 표시는 고객이 받아가는 돈이라고 한다. 부가서비스나 카드 발급 등 '장난질'을 치지 않는다고도 나와 있다. 온라인 성지를 통한 핸드폰 판매는 예약제로 이뤄진다. 

성지 판매점에서는 카카오톡으로 예약 후 현장에서 '현금으로' 구매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예악 전에는 판매점 위치도 알 수 없다. 성지에서 이렇듯 휴대폰을 저렴하게 판매 가능한 건 판매장려금 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리베이트'라고도 불리는 판매장려금은 지난해 3월 통신사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시지원금과 함께 전환지원금도 단통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생겼다. 이에 지난해 12월, 단통법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와 함께 폐지됐다. 도입 당시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 간 차별이 심화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었지만 도리어 단말기 보조금 자체가 쪼그라들어 통신비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 때문이다. 

실제로 신도림 테크노 마트 상담 결과, 유행하는 단말기 기종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10만원에 달하는 고액 요금제를 일정 기간동안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판매점이 다수였다.

다만 아직 폐지 후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았고 폐지 효력은 오는 7월22일부터 생기기 때문에 지금은 명분이 없어 규제가 느슨해진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1일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에 위치한 휴대전화 집단 상가를 방문해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유 장관은 현장에서 단통법 폐지 취지를 설명하고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유통점과 이동통신사도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정부도 단통법 폐지가 제때 시행될 수 있도록 시행령·고시 등 하위법령을 신속히 정비하는 한편, 제도 변화로 인한 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 최소화, 유통업계의 애로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강변점을 찾아 휴대전화 판매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강변점을 찾아 휴대전화 판매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말기 경쟁 과열될까? 통신업계 "유의미한 지표 없어", "알 수 없다"

시행까지 5개월 남은 시점에서 중요한 건 단통법 폐지 후의 시장을 다룰 시행령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단통법 폐지 영향을 가늠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단통법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하긴 했으나 폐지시점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고 단통법 폐지에 따른 시행령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시행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은 단통법 폐지로 인해 불법보조금 단속이 어려운 시기"라며 시행령으로 새로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보조금 경쟁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이해하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단통법 폐지안) 시행 이후에도 보조금을 쓰면서까지 경쟁할 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아직은 내부적으로 자정작용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불법으로 발생하는 보조금에 대해서는 단속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단통법 폐지가 완전한 법령으로 적용되기까지는 기간이 남아서 아직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통신업계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데는 통신사의 주력사업이 통신에서 AI로 옮겨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통신 3사 모두 AI를 활용한 기술들로 수익화 전략을 변경한 만큼 레드오션인 통신시장에는 큰 동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장 번호이동이나 보조금 관련 경쟁이 불붙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유의미한 경쟁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행령을 마련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4일 2025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지원금 공시 기준 등 지원금 규제 관련 고시를 폐지하고 부당한 지원금 차별의 유형과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의 시행령 마련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면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라 의결이 불가능하다. 

김 직무대행은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위원회 공백으로 인해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있지만 방통위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위원회가 재구성되는 즉시 업무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실무적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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