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자회사 편입' 놓고 갈등
통합 행방 오리무중, 재검토 가능성도
일본 2,3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자동차와 닛산자동차의 통합이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12월 양사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글로벌 3위권 자동차기업으로의 도약을 바랐지만 올해 1월 실사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혼다, 닛산과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장기적으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지난달 실사를 진행한 결과 닛산의 주식 인수 후 자회사로 삼으려는 방안을 닛산에 전달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닛산이 이사회를 열고 혼다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외신들은 닛산 이사회에서 혼다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요미우리는 닛산이 구조조정이 늦어지는 점을 혼다가 못마땅하게 여기고 이에 자회사로 삼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보도했고, 블룸버그도 닛산이 혼다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일본 시가총액 기준으로 혼다의 주가는 닛산의 약 5배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에따라 혼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닛산과의 대등한 통합은 향후 배임 소지에 대한 우려를 남길 수 있다. 반면 과거 일본 완성차 시장을 호령하던 닛산 입장에서는 혼다의 자회사로 들어가는 것이 큰 충격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닛산 경영진은 혼다의 제안을 받고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 측은 성명을 통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논의 중인 방안 중 하나는 합병을 위해 혼다와 맺은 계약을 폐기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 논의는 일본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르노가 보유한 닛산의 지분을 대만의 폭스콘에 넘기는 방안이 검토되던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자동차업체의 지분을 대만 회사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혼다가 앞서 닛산과 전기차(EV) 시장 확대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양사가 힘을 합치는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 온 만큼 통합 대상자로 결정됐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경영권 배분 문제 ▲기술 및 생산 설비 통합 방식 ▲전기차·자율주행차 개발 방향 등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합병 협상진행 초기부터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는 "양사의 브랜드 보호를 위해 지주사 구조가 필요하지만 초기에는 혼다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며 "닛산이 생산능력 20% 감축과 9000명 감원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닛산의 자존심을 구기는 조건들이었다.
다만 향후 추가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만큼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양사의 이번 협상 난항은 글로벌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두 일본업체가 전기차 전환과 글로벌 협력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 중단으로 시장 대응 속도가 늦춰질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이런 상황이 현대차그룹에 '호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같은 호재에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라인업 강화, 해외 판매 증대, 배터리 내재화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올해 다양한 친환경 신차를 선보인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대형 전기 SUV를 이달 출시 예정이고, 중국 BYD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기아 EV3·4 출시도 예정됐다.
뿐만 아니라 오는 3월 경기 의왕연구소에 구축한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개소하면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가동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를 완성하고 전기차의 기술·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혼다와 닛산이 단독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플랫폼과 배터리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만큼 일본 업체들이 고전할수록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