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상장 지주사 설립해 자회사 편입
혼다·닛산 판매량 현대차 제치고 글로벌 3위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과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추진을 공식화했다. 회견에는 가토 다카오 미쓰비시자동차 사장도 참석했다.

향후 미쓰비시자동차 합류도 점쳐진다.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는 내년 1월 말까지 합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미베 사장은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을 전망했을 때 하드웨어보단 지능화와 전동화가 중요하다"며 "양사가 통합하면 모든 영역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시너지는 생각 이상으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육책으로 나온 합병…위기돌파 가능할까
일본 2·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성사되면 현대차·기아를 밀어내고 글로벌 3위의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혼다는 완성차 398만대를 판매해 세계 7위를, 닛산은 337만대를 팔아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양사 합산 판매량은 735만대에 달한다.
1위인 토요타(1123만대)와 2위 폭스바겐(923만대)에 이어 단숨에 3위인 현대차그룹(730만대)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그룹으로 올라서게 된다. 미쓰비시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78만 대다. 3사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총판매량은 800만대를 웃돈다.
양사의 합병 논의는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BYD(비야디)나 지리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 격화로 판매 부진이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혼다는 지난 7월 중국 내 생산라인 7개 중 3곳의 폐쇄를, 닛산은 지난 11월 전세계 사업장 직원(약 13만명)의 6.9%에 해당하는 9000명 감원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합병은 주요 시장에서 예전의 지위를 잃고 있는 양사의 고육책인 셈이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합병 추진 발표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가운데 판매 점유율을 늘리는 목적만으로는 100년에 한 번으로 불리는 변혁기를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합병만으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주장도 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은 "양사는 같은 분야에서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어 비즈니스상 보완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산업의 관점이 아닌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합병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의 압력에 따른 합병이라는 주장이다.
화학적 결합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혼다는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이래 '기술제일주의'를 표방하며 기술을 앞세워 '장인정신'을 강조해왔다. 반면 닛산은 상명하복 문화 속 효율성을 중요시해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선 현대차·기아으로선 위협적인 경쟁자가 하나 더 생길 전망이다. '혼다·닛산'이 통합을 통해 겨냥하고 있는 북미와 인도·동남아 신흥국 시장이 현대차그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과 겹치기 때문이다. 양사의 통합으로 혼다의 엔진 기술력과 닛산의 전기차 기술력이 합쳐지면 현대차 입장에선 안심할 수 없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비용을 절약해 상품성 있는 차를 출시하면 장기적인 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판 스텔란티스'의 탄생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2020년 7월 크라이슬러와 PSA가 합병하며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합병 전 글로벌 판매 800만 대에 달했지만, 합병 후 2023년 글로벌 판매량은 610만대로 23% 감소했다. 통합 과정에서 사업부가 축소되고 마케팅 전략이 먹히지 않으며 되려 후퇴한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현대차·기아는 스텔란티스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다. 스텔란티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합병 전인 2019년 13%에서 올해 8%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8%에서 11%로 성장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혼다, 닛산, 미쓰비시의 연합은 스텔란티스와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일본과 유럽 업체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반사이익과 신차 사이클 재진입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