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만 3년 만인 오는 24일 최대 변곡점을 맞았다.
취임 전부터 조기 종전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등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 정상들과 통화를 진행했다. 트럼프는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면서 협상 국면의 문을 열었다. 그후 트럼프 행정부는 몰아치듯 종전 협상을 위한 총력 외교전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역시 기본적으로는 종전협상 자체에는 적극 호응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반대 등 러시아에 편향된 태도를 보이면서 우크라 및 유럽 동맹국에 대한 패싱 논란이 빚어졌고, 이 때문에 종전 논의는 초반부터 순탄치만은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당하는 '더티 딜'(dirty deal)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논란을 불식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물론, 유럽 주요국으로부터 공통분모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독일 뮌헨에서 약 40분간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참모들은 뮌헨안보회의(14~16일) 참석을 비롯해 총력 외교전에 나섰다.
지난 18일에 미국은 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와 종전 방안을 논의할 첫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주축으로 한 양국 대표단은 고위급 협상팀을 신속히 꾸려 종전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마 이달 말 전에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면서 종전협상의 속도감을 높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먼저 전화를 하며 러시아 입장에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러시아 편향' 논란이 번졌다.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통화를 했지만 우크라이나 및 유럽 동맹국에 대한 '패싱' 논란이 야기됐다.
18일 사우디에서의 장관급 회담도 우크라이나의 참여 없이 미·러 간 대화로만 진행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동맹 패싱'과 '동맹 무시' 논란을 빚은 트럼프 행정부는 한편으로 자국 잇속 챙기기에 나선 모습이다.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돕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지분 50%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의 안보를 미국이 보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 광물협정 초안을 전했지만 미국이 이견을 보이면서 우선 결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주요국은 '패싱' 우려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미·러 밀실협상을 강력 경계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만나기 전에 먼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에겐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은 그동안 미국의 정책 일관성을 깨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엔 우크라이나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종전 협상을 원칙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로 종전 논의는 더욱 복잡해졌다. 바이든 정부 시절에는 종전 문제를 다룰 때 적어도 서방국 내부의 갈등은 현안이 아니었다.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면서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황을 우크라이나에 최대한 유리하게 이끈 뒤 협상 가능성을 살피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쟁 발발 1∼2년 시기에는 전황의 유불리가 종전 협상의 성사 여부를 가르는 최대 변수였다.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점령지인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와 중남부 헤르손 및 자포리자 일부 등을 아우른 영토를 가져가고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포함한 영토 완전 수복과 러시아군 철수를 협상 조건으로 주장한다.
러시아는 '젤렌스키와 협상 불가'를, 우크라이나는 '푸틴과 협상 불가'를 내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승인해 준다면 러시아 점령지를 완전히 수복하는 걸 포기한 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나는 그것이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전 수준으로 영토를 탈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면서도 "일부는 되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사실상 선을 그은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확실한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진정한 안전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 주요국들도 종전협상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