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월에 원자력, 인공지능(AI) 등의 협력을 제한할 수도 있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동맹국인 한국을 추가했다고 14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했다.
우리나라를 민감국가에 실제로 오는 4월 15일부터 추가할 경우, 한미간 첨단기술 협력에 제약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전방위적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온 한미 동맹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르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제약하는 모습이 연출된다면 안보적 차원에서도 북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가 두 달 여 전에 진행됐던 해당 내용을 선제적으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국내 정치 상황에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 때 한국을 추가한 배경은?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내달 15일부터 민감국가로 분류키로 하고 관련 행정 준비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지난 10일 처음 국내의 한 언론에 의해 보도가 됐을 때만 해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조치라는 인식들이 많았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말기 때인 지난 1월 초에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리스트'의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에 들어갔다.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한국을 리스트에 추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켰고,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같은 달 14일에 가결되는 정치적 격변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앞서 2023년 1월에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고조될 경우를 전제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한 듯한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찬성 여론과 맞물려 미국 조야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당시 바이든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으며 이는 변하지 않았다"라면서 북한은 물론 한국도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미국의 정책으로 재강조한 바 있다.
'핵 협력 제약' 한미동맹 신뢰 타격 불가피
트럼프 정부가 바이든 정부 때의 조치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 한미간 핵 관련 협력에 제약이 생기고, 동맹국가인 한국과의 신뢰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우려가 있는 국가를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 이란 등과 함께 위험국가인 중국, 러시아 등이 들어가 있다. 미국 에너지부 차원에서는 등급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과 한국이 동급으로 취급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이 민감국가 리스트 포함이 확정되면 에너지부 관련 시설이나 산하 연구기관에 방문하거나, 이들 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려면 에너지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협력에 제약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정계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리스트가 실제로 발효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국가적 리더십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한국이 정치적 격변기에 놓여 있어 우려가 깊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