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가 8.34%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원내 3석에 불과한 소수정당 후보로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와 함께, 2030 남성에 편중된 지지 기반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3일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1년 뒤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과연 그를 중심으로 한 개혁신당이 향후 보수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선에는 안 통한 '동탄 모델', TV토론 '자충수', 여전한 '갈라치기' 비판
이 후보는 지난해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기 화성시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이른바 ‘동탄 모델’을 제시하며 2030 젊은 세대, 중도 보수, 진보 유권자를 아울러 공략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이 전략이 통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0%p 이상 차이로 뒤졌지만 실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전국 단위 경쟁에서 '동탄 모델'은 확장력을 보이지 못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전까지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본선 득표율은 이에 미치지 못한 8.34%였다. 게다가 이 후보 본인의 지역구인 화성시을에서도 13.99%(3위) 득표하는 것에 그쳤다. 화성시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2.60% 득표율로 과반이었다.
김두수 개혁신당 정무특보단장은 3일 cpbc뉴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 15%를 확보한 후 이재명 후보와 대결하는 구도로 선거 전략을 짰고, 이대로 진행돼야 '동탄 모델'이 작동했을 텐데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밝혔다.
선거 과정에서 이 후보의 언행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3차 대선토론회에서 '젓가락'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권 안팎에서 이 발언이 ‘자충수’이자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두수 개혁신당 정무특보단장은 같은 방송에서 "깜깜이(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후) 전까지 14%까지 나오던 지지율이 3차 토론에서의 돌발적인 질문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3%p가 빠졌다"며 "그 빠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갈라치기'에 대한 비판도 다시 제기됐다. 이 후보가 대선토론회에서 전국장애인철폐연대와 동덕여자대학교 시위를 언급한 것을 두고, 장애인과 젠더 이슈에 대한 편향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그동안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 병역 의무화 ▲노인 무임승차 폐지 등 민감한 사회적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러한 정책 노선은 대선 득표 분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대 남성(37.2%)과 30대 남성(25.8%)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으나, 그 외 성별 및 연령층에서는 득표율이 10%를 넘지 못했다.

◆정치적 독자 노선···보수 진영의 핵심 될 수 있을까
이준석 후보는 2021년 6월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이자 최연소로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지율 부진에 시달렸으나, 이 후보가 대표직에 오르면서 탄핵 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당과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2022년 7월 이 후보는 성접대 의혹(이후 무혐의 결론)과 관련한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아 당대표에서 물러났다. 이후 당론 불이행과 당원 모욕 발언 등 사유로 1년의 추가 징계를 받아 총 1년 6개월간 당원권이 정지됐다. 이때부터 이 후보와 국민의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기고 말았다.
이 후보는 줄곧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를 옹호하던 당의 태도, 보수 일각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 후보는 국민의힘의 단일화 제안을 거부하고 대선을 끝까지 치렀다. 이를 두고 자가당착을 피하려는 논리적 선택이자 차기 대선을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를 비롯한 개혁신당이 국민의힘을 대체할 보수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혁신당이 창당 1년 반 만에 치른 대선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대선에서 2030 남성 중심의 지지 기반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3일 SBS 대선 개표방송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은 20~30대 남성에 집중돼 있다"며 "미래의 지지 기반이기도 하겠지만 지나치게 협소하기도 하다"고 논평했다. 또한 그는 "(대선 TV토론회에서) 젠더 갈등을 너무 깊숙이 건드렸기 때문에 앞으로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 후보의 향후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같은 방송에서 "대선 완주를 하며 원칙을 지켰다"며 "장기적으로 이준석 후보의 신뢰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4일 KBS 대선 개표방송에서 "이준석 후보의 대선 완주는 무조건 득"이라며 "단일화를 해봤자 (보수 진영이)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과반을 막았다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박 대표는 "민주주의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2030 미래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 후보가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