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3일 전기요금 발표···단가 유지할 듯
전기요금 동결 시 한전 적자 문제 해결 요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국제유가가 불안해지면서 정부가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오는 23일 3분기 전기요금 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전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 계량기와 전기 계량기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 계량기와 전기 계량기 모습. / 사진=연합뉴스

중동 불안으로 유가 급등···요금 인하 기대 뒤집혀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인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란 군사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급등했고 이에 따라 전기요금도 동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륙별 원유를 수입할 때 중동이 70%를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미주, 아시아 순이다.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아라비아(32.6%), 아랍에미리트(UAE·10.9%), 쿠웨이트(9.6%), 이라크(9.0%) 등 주요 수입국 대부분이 중동 국가다.

LNG도 예외는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카타르와 오만 등 중동산 LNG 수입 비중은 약 36%에 달한다. 한국은 에너지 전량을 수입하는 만큼 중동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동결 시 가정용 기준 9분기 연속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현재 기본요금, 기후환경요금 등과 관련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료조정비단가가 동결되면 전기요금은 동결된다.

연료비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이번 3분기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키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정용 요금은 9분기 연속으로 동결하게 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가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한전의 재무구조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누적 적자 여전···한전 재무구조 개선 지연 우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 전후로 2021~2023년 원가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판매해 약 43조원의 적자를 봤다.

한전은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하고 전력시장 제도 개선 및 임직원 성과급 반납 등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여전히 총부채는 206조8020억원(지난해 기준), 일일 이자 부담만 127억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에 요금 동결이 이어지면 재무개선에 필요한 수익 확보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 전기뿐 아니라 가스 등 공공요금 전반에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원가 부담이 증가하면서 향후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당장 부담은 줄이되,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가 부담이 강조되는 시기에는 전반적으로 공공요금 인상 단행이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이달에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전기요금이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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