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중동 리스크에 얼어붙은 코인시장···거래대금 '반토막'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3년 5개월 만에 코스피가 3000선을 회복한 반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급감하며 올해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 가상자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주 3021.84로 마감해 전일 대비 1.48% 상승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은 것은 2021년 초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장중에는 3022.06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증시 부양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올해 초와 비교해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주 코인게코 기준으로 5대 국내 원화 거래소의 총 거래대금은 약 2조1578억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61% 감소했다. 거래소별로는 ▲업비트 1조3746억원 ▲빗썸 7243억원 ▲코인원 412억원 ▲코빗 127억원 ▲고팍스 43억원 수준이다. 특히 업비트·코인원·고팍스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일간 거래량을 기록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5대 거래소 원화 예치금은 6조9000억원으로 1월(10조6561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비트코인 거래대금은 최대 70% 줄어 알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는 경향이 있고,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약 30%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54%에 달한다. 반면 국내 알트코인 비중은 23%로 글로벌 평균(3%)보다 크게 높다.

한편, 가상자산 시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활황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며 비트코인 가격은 업비트 기준 1억6000만원을 돌파했다. 당시 하루 평균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17조1000억원으로 코스피를 웃돌았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무역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다만 코스피는 반대 흐름을 보였다. 지난 4월 무역 불확실성 여파로 2284.72까지 밀렸던 지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빠르게 회복하며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본시장의 비정상 요소만 제거하면 코스피 3000은 넘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과 미국의 관세 정책이 가상자산 시장에 악영향을 줬는데, 수익 기대가 낮아진 가상자산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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