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 웃는 레버리지 vs 고점 베팅한 인버스

증시가 다시 상승 궤도에 오르자 개인투자자들의 ETF 투자 전략이 양방향으로 갈리고 있다. 지수 상승 흐름에 올라탄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오르는 반면 고점 인식에 따른 인버스 투자도 동시에 증가하면서 시장은 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ETF 거래량 1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약 1128억원에 달했다. 해당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할 경우 두 배 수익을 추종하는 구조로, 주가 하락에 직접적으로 베팅하는 상품이다. 같은 기간 'KODEX 인버스'에도 수백억원 규모의 매수세가 몰렸다.
◆ 레버리지·인버스 나란히 상위권…엇갈린 기대
상승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코스피200 지수의 일일 상승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ETF는 거래량 기준 5위에 이름을 올렸고, 코스닥150 지수를 기반으로 한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거래량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품이 동시에 ETF 시장을 주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다만 시장 흐름은 최근 들어 상승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4.10포인트(1.48%) 오른 3021.84로 마감하며 3년 5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 13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하락을 예측한 인버스 투자자들의 수익률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코스피는 약 15% 상승했고, 코스닥 지수도 같은 기간 9.32% 올랐다. 상승 폭만 놓고 보면 한국 증시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정책 기대감, 외국인 자금 유입, 미국의 금리 완화 기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자본시장에서 왜곡 요소만 제거하면 코스피 3000은 넘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5000포인트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실제 정책 추진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증권가에선 상승장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9개월간의 순매도 흐름을 끊고 매수로 전환했고, 정부의 대규모 추경과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재정 확장 시그널이 시장 밸류에이션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본격 반등세에 진입할 경우 지수 상승 여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과열을 경고하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수 급등은 금융위기 이후 손에 꼽히는 강도”라며 “7월 실적 발표 시즌 전후로 일정 수준의 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