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생존율 모두 최하위…치킨업계 배달가격제 도입 확산

서울 강남구 한 치킨집에 국내산 닭으로 만든 옛날통닭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한 치킨집에 국내산 닭으로 만든 옛날통닭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지난해 폐업한 외식업체가 15만곳을 넘긴 가운데 치킨 전문점과 주점이 수익성과 생존율 모두에서 최하위권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종은 과도한 경쟁 속에 높은 창업비용과 낮은 수익성을 동시에 안고 있으며 최근에는 배달비 부담까지 가중되며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외식업 18개 업종 중 지난해 월평균 영업이익이 가장 낮았던 업종은 일반 유흥주점으로 376만5000원이었다.

외식업 평균 영업이익 2281만4000원과 큰 차이를 보였는데 생맥주 전문점과 기타 주점도 각각 1800만2000원과 1975만3000원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치킨 전문점의 평균 영업이익은 1711만2000원으로 전체 평균의 75% 수준에 그쳤다.

◆ 진입은 쉽지만 생존은 어려워…치킨집 폐업률 외식업 중 '최고'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외식업체의 3년 생존율은 50.2%였으나 치킨집은 43%로 가장 낮았고 주점은 49.5%로 세 번째로 낮았다. 특히 치킨 전문점의 평균 창업비용은 9394만1000원으로 외식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주점도 6373만원으로 평균 수준을 기록했다. 진입 문턱은 낮지만 초기 투자비가 결코 작지 않아 손실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킨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배달비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배달가격제’가 확산되고 있다. bhc치킨은 이달부터 서울 지역 가맹점 3분의 2가량이 메뉴당 2000원씩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서울시청 인근 bhc 매장 20곳은 모두 배달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뿌링클과 콰삭킹 등 주요 메뉴는 배달 시 2만3000원 또는 2만5000원으로 책정돼 권장소비자가보다 2000원 이상 비싸졌다.

다만 치킨 가격 자체도 만만치 않다. bhc의 뿌링클은 2만1000원이고 교촌치킨의 허니콤보는 2만3000원이다. BBQ의 마라핫치킨은 2만8000원에 판매되며 땡쇼크 치킨과 맵소디 치킨도 각각 2만5000원과 2만4500원이다. 여기에 배달비 1000원에서 2000원을 더하면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한다.

bhc치킨은 본사 차원의 가격 인상 지침은 없지만 이달부터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배달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 bhc 가맹점주는 “중개 수수료 7.8%와 결제 수수료 3%, 건당 배달비 3400원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며 “주변 매장들도 대부분 2000원씩 가격을 올렸다”고 전했다. 

자담치킨은 지난 4월 본사 차원에서 배달 가격을 2000원 인상했고 굽네치킨도 일부 지역 매장에서 가격을 조정했다. 버거 프랜차이즈도 배달가격제를 일찍 도입했다. 버거킹 와퍼 세트는 배달 시 1만600원으로 매장보다 1400원 비싸고 롯데리아는 지난해 배달 가격에 1300원을 추가했다. 맥도날드와 KFC도 배달 메뉴 가격 인상을 이미 시행 중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분석에 따르면 외식업체가 배달앱 주문을 받을 경우 전체 주문 금액의 30%가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달 의존도가 높아진 구조에서 수수료 부담이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공 배달앱 이용 확대를 위해 예산 650억원을 들여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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