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 실적 기대에도 독점 구조 위협···경쟁사 견제 변수 부상

9일 오전 10시 17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 사진=네이버 주식 갈무리
9일 오전 10시 17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 사진=네이버 주식 갈무리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SK하이닉스가 장중 3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팽창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업계 내 경쟁 구도와 수급 환경 변화는 새로운 시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기술 협업이 시장 기대를 이끌고 있지만 독점 구조 유지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전 9시 2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69% 오른 30만5000원에 거래되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30만6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달 초 20만4500원이던 주가는 약 45%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216조원을 기록했다.

상승 배경에는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4조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의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며 엔비디아의 최신 AI GPU ‘블랙웰’에도 채택됐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한 다음날 SK하이닉스 주가는 5.69% 뛰었다.

HBM 시장의 확장은 D램 시장 판도도 바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는 36%로 삼성전자(33.7%)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밀린 건 33년 만이다.

증권가는 오는 24일 예정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9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도 93억달러의 매출과 역대 최대 D램 실적을 기록하면서 업황 회복 기대를 키웠다. 같은 기간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50%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38만원을 제시했고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도 30만원대 중후반으로 올렸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시장 주도권이 유지될 것”이라며 “2분기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고도 있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하반기 마이크론의 HBM3e 진입과 삼성전자의 HBM4 샘플 공급이 예정돼 있어 SK하이닉스의 독점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 둔화나 공급 확대에 따른 변동성 우려도 남아 있다.

SK하이닉스 외에도 엔비디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TSMC도 주가가 1.75% 오르며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다. TSMC는 애플과 퀄컴 등 팹리스 고객사에 더해 엔비디아의 반도체까지 수주하며 올해 67%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뒤처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아직 HBM3E 이후의 최신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TSMC가 독점한 엔비디아의 반도체 생산 수주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AI 가속기와 서버용 반도체 중심으로 시장이 완전히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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