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중 8곳 채용 축소…英선 3년 새 사무직 절반 감소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기업 경영 환경에 짙게 드리운 불확실성이 고용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요 대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고 있으며 해외에선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실제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15일 국내 10대 그룹 대표 계열사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과 이마트를 제외한 8개 기업이 2022년보다 2023년 신규 채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332명(6.1%↑) 이마트는 7565명(3.3%↑)으로 소폭 늘었으나 나머지 기업들은 일제히 인력을 줄였다.
롯데케미칼은 561명에서 222명으로 60.4% 감소했고 SK이노베이션은 1만204명에서 4864명으로 52.3% 줄었다. 한화솔루션(-44.6%) HD한국조선해양(-20.7%) LG전자(-14.9%) GS칼텍스(-14.4%) 포스코홀딩스(-8.9%) 현대차(-7%)도 감소세를 보였다.
◆ 석유화학·정유 줄고 실적 하락까지 겹쳐
채용 감소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외부 변수까지 겹치며 반도체 자동차 정유 등 주요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HD한국조선해양, 이마트를 제외한 기업 대부분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다.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공급 과잉으로 인해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케미칼 부문은 적자에 빠졌다.
◆ AI가 삼킨 英 일자리…사무직은 ‘직격탄’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도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도입 확산과 고금리·저성장 여건이 맞물리며 대규모 고용 축소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2024년 5월까지 3개월 동안 영국 내 온라인 구인 공고는 전년 대비 31% 줄었다.
특히 사무직 중심의 기술·금융 분야는 38% 급감해 타 업종보다 두 배가량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AI가 대체 가능한 업무일수록 채용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로그래머 경영컨설턴트 그래픽디자이너 등은 최근 3년 사이 수요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데이터 분석 직군도 예외는 아니다. Indeed와 Adzuna 등 구직 플랫폼에 따르면 AI 관련 언급이 많은 '수학' 직군은 채용 공고가 팬데믹 이전보다 50% 이상 줄었다. 반면 부동산 교육 등 AI 활용도가 낮은 분야는 오히려 채용 공고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견습생과 인턴 등 초급 일자리는 ChatGPT 출시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용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dzuna 데이터 책임자인 제임스 니브는 “AI 확산은 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하지 못한 청년층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