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클수록 분리율 높아
SK 사외이사 의장 비중 75%, 현대차·롯데는 전무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국내 상장사의 대다수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독립성 요구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지배구조 선진화 과제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2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6월 말 기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사 2531곳의 기업지배구조를 조사한 결과,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 곳은 2176곳으로 전체의 86.0%에 달했다. 반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상장사는 107곳(4.2%)에 불과했다. 총수 일가가 직접 의장을 맡고 있는 경우도 169곳(6.7%)으로 조사됐다.

현행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항목에서 ‘사외이사 의장 선임 여부’는 핵심 공시 지표로 꼽히지만, 실제 도입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표이사의 의장 겸직률은 기업 자산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 중에서는 109곳(53.4%)이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하고 있었지만, 자산 5000억 원 미만 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90.8%(1766곳)로 높게 나타났다.
10대 그룹 내에서는 SK그룹이 상장 계열사 20곳 중 15곳(75.0%)에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은 각각 12곳, 10곳의 상장 계열사 전부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는 올해 4월 이사회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바 있으며, 롯데 역시 지난해 3월 해당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삼성은 16개 상장 계열사 중 9곳(56.3%)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삼성도 2023년 10월부터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 이사회 내 독립적 논의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상장사의 이사회 구조를 통해, 형식적 사외이사제 도입을 넘어 실질적인 이사회 중심 경영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다. 대기업일수록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해 투자자 신뢰와 투명 경영을 높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