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테슬라 팔고 코인베이스 샀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본격화하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대규모 보유한 상장사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자산을 재무전략의 일환으로 삼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대형 기술주에서 코인 관련 종목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4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비트보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68만개 보유한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최근 128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50%에 달한다. 같은 기간 나스닥은 8.4%, 비트코인은 27.1% 상승했다. 기업이 직접 코인을 보유한 것이 투자 매력으로 부각되며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더리움을 보유한 기업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미국 샤프링크 게이밍은 28만 ETH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200% 넘게 뛰었다. 16만 ETH를 보유한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는 같은 기간 800% 이상 폭등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비트맥스 주가가 연초 대비 270% 이상 상승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상장 기업은 전 세계 151곳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 기업이 비트코인을 단순 투자 수단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코인 보유만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분석한다.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이달 들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1억4309만달러)였다. 이어 ▲써클(1억740만달러) ▲로빈후드(9935만달러) ▲비트마인(9587만달러) 순이었다. 써클은 세계 2위 스테이블 코인 USDC 발행사이며, 로빈후드는 가상자산 선물 거래 기능을 제공하는 온라인 증권사다.
반면, 애플과 알파벳 등 대형 기술주는 대거 순매도됐다. 특히 테슬라는 4억838만달러어치 매도된 반면, 같은 종목의 2배 수익을 노리는 ETF는 1억3869만달러어치 순매수되며 방향성 혼조 양상도 나타났다. 엔비디아 역시 1월 5억7700만달러를 순매수했던 데 비해 현재는 5943만달러로 급감했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표적인 가상자산 지지자인 폴 앳킨스를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미국 하원에서는 가상자산 3법이 통과됐고, 스테이블 코인과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한 제도권 편입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조윤경·김성근 연구원은 “지니어스 법안과 같은 핵심 법안들이 통과되면 스테이블 코인과 디지털 산업의 미국 리더십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가상자산 거래소, 채굴 기업, 전통 금융사, ETF 발행사 모두 제도권 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