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투자자에 ‘정치 개입’ 리스크 첫 명시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의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정치 리스크를 공식 경고하고 나섰다. 동시에 머스크는 인공지능 사업에선 대규모 자금 조달과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확장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비공개 주식 공개매입 서류에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해당 문서에는 “머스크가 과거 정부 효율부 고문으로 활동했고 유사한 역할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스페이스X가 이 같은 내용을 경고 문구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스크는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 자문직에서 물러나며 테슬라·스페이스X·xAI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에 공개 반기를 들고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후 다시 SNS를 통해 “사무실에서 자며 일주일 내내 일한다”고 적는 등 정치와 경영 사이를 오가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스페이스X는 미 항공우주국(NASA), 국방부 등과 다수의 정부계약을 맺고 있는 핵심 전략업체다. 군 정찰위성 발사용 팰컨 로켓, 대형 수송용 스타십, 우주인터넷 스타링크 등은 미국 정부 인프라와도 직결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사이에 간헐적인 갈등이 불거지며 아마존의 블루오리진 등 경쟁업체와의 계약 다변화 시도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제프 베이조스는 최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정치권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업 xAI의 성장에는 속도를 더하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X(구 트위터)에 “xAI의 목표는 5년 안에 H100급 연산 유닛 5000만 개를 온라인 가동하는 것”이라며 “전력 효율은 그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H100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이다.
머스크는 xAI가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콜로서스 2’에 대해 “1차로 55만 개의 GB200과 GB300 GPU가 수주 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축한 ‘콜로서스 1’에는 이미 3만 개의 GB200을 포함해 총 23만 개 GPU가 그록(Grok) 훈련에 투입되고 있다. GB200과 GB300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기반 AI 플랫폼이다.
xAI는 모건스탠리를 통해 50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조달한 데 이어, 스페이스X로부터 20억달러를 수혈받았다. 현재는 AI 칩 추가 확보 및 독자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120억달러(약 16조6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머스크는 클라우드 기업의 서버를 임대하는 기존 방식 대신 자체 인프라를 구축해 독립성과 속도에서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편, 머스크는 최근 SNS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을 인용하며 “xAI는 다른 기업들이 1년 걸릴 일을 19일 만에 끝냈다며 전 세계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머스크뿐”이라는 영상도 공유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