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포집 실증 시작···저장소·수익성·인프라 구축 관건
금호석유화학이 쏘아올린 첫 실증···남은 과제 '생태계 확산'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이 산업계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인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가 주목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하루 22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설비를 가동하며 국내 실증에 나섰지만,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경제성과 인프라 같은 넘어야 할 벽이 많다.

CCUS, 기술은 준비됐다…이제는 생태계가 문제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이 전남 여수 제2에너지 사업장에 구축한 CCUS 설비가 가동됐다. 2023년 착공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이 설비는 연간 약 7만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화 탄산 형태로 식음료·용접·폐수처리 등의 산업 분야에 공급한다.
설계에서 시공 포집 후 처리까지 전 과정이 국산 기술로 이뤄졌다. EPC는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후처리는 한국특수가스와 금호가 합작한 K&H특수가스가 맡았다.
하지만 CCUS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기술-수송-저장-활용-인증’이 연결된 생태계 기반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기술보다 그 이후를 논의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제도적 뒷받침은 시작됐지만···
정부는 지난해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CCUS)법'을 제정하고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해 포집시설 신고, 수송 승인, 저장사업 허가, 전문기업 인증, 기술 제품 보조금 및 융자 등 기반 제도를 정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CCUS를 미래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고배출 산업군을 대상으로 실증 연구개발(R&D)과 해외 저장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호주, 말레이시아 등과 해상 CCS 저장소 확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수소-저장 연계 실증도 준비 중이다.
법과 제도만으론 부족하다. 산업계가 투자에 나설 수 있으려면 경제성과 수익성, 안정적 저장 인프라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포집은 쉬워도, 저장은 어렵다”
CCUS의 기술적 난제는 포집보다 저장과 경제성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CCUS는 기대와 다르게 확산 속도가 느리다. 미국, 호주 등지에서 추진된 여러 프로젝트가 비용 부담과 수익성 부족으로 중단된 사례가 다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는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의 약 15%를 책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화와 인센티브 설계가 동반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한국은 대규모 지증 저장이 가능한 지역이 제한적이다. 국내 저장이 아닌 해외 해저 저장소 의존이 불가피하다. 수송 비용 상승, 안전성 및 법적 책임, 지속가능성 등의 새로운 리스크를 의미한다.
탄소가 ‘자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금호석유화학은 단순한 탄소 감축이 아닌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나 CCUS를 통해 포집된 탄소가 활용된다고 해도 그것이 탄소중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례로 '액화 탄산이 활용된 후 다시 배출되면 진정한 감축인가?', '활용보다 영구 저장이 더 중요하면 현재 활용 중심의 CCU 모델은 과도기적 장치일 뿐인가?', 'CCUS에만 의존할 경우 재생에너지 전환이나 구조적 감축 노력에 소홀하진 않았나?'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는 면책적 수단 혹은 감축 회피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금호석유화학,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같은 대기업 중심으로 CCUS 실증 및 투자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비용과 인프라를 감당할 수 없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CCUS는 단일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복합 산업"이라며 "국가가 수송망과 저장소를 확보하고, 수익구조와 인증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