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구조조정 계획?···업계 '현실적으로 불가능'
여수·대산·울산 3대 단지, 통합 시나리오 물밑 협상
배출권 무상할당 22% 축소···기업들 '비용 폭탄'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과 탄소중립 정책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과잉설비 해소를 위한 사업재편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배출권 거래제 4기(2026~2030)에서는 감축 의무가 대폭 강화되면서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조조정 논의, 연말까지 답보 상태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연말까지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여수·대산·울산 등 3대 석유화학 단지에서는 물밑 협상이 분주하다. 여수에서는 GS칼텍스를 축으로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간 수직 통합 시나리오, 대산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협력,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간 NCC 통합 가능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간 ‘빅딜’도 거론된다.
그러나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연말까지 구체적 방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 인수합병만 해도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며 "정부가 압박한다고 해서 빠른 시일 내 현실적인 통합안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배출권 감축·전기요금 인상, 비용 압박 가중
환경부는 최근 배출권 거래제 4기에서 '선형 감축경로'를 처음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기업들은 매년 동일한 비율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기존 비선형 방식처럼 준비 기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3기 대비 무상할당량도 약 22% 줄어든다. 부족분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야 한다.
여기에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도 현행 10%에서 2030년 50%까지 확대된다. 전력사 부담이 커지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전력 다소비 업종인 석유화학업계의 생산원가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린다.
업계에서는 유럽은 발전 부문 100% 유상할당을 적용하면서도 전기요금 보조금을 병행한다며 한국은 보완책이 전혀 없어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지원책 없이는 자구책 마련 어렵다"
업계는 구조조정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세제 감면, 기업결합 심사 완화 등 정부의 구체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부는 '선 노력, 후 지원' 원칙만을 고수하며 업계에 자구안 제출을 압박하고 있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만 해도 기업들 간 이해관계 조율에 최소 1년은 걸리는데, 동시에 배출권 비용과 전기요금 부담까지 안겨주면 대응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산업 재편이 안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