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조건 '자구 노력 선행'···기업 부담 가중
LG·롯데·한화, 생존 해법은 ‘탈석화·친환경’
석유화학 패러다임 전환, 연말 제출안이 분수령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의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과잉 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정책은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별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지면서,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18~25% 설비 감축"···연말까지 재편 계획 제출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의 3대 방향을 확정했다. 과잉 설비 감축, 재무 건전성 강화,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가 골자다.

특히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의 18~25%, 약 270만~370만 톤 규모 감축이 목표로 제시됐다.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에 나선 배경은 과잉 설비와 글로벌 규제 대응 때문이다. 국내 나프타분해시설 가동률은 70% 초반에 그치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친환경 규제 강화로 기존 석유화학 중심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져서다.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며 여수·울산·대산 등 지역경제와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질서 있는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구조개편 3대 방향을 확정함에 따라 정부는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정부 지원" 원칙을 천명했다. 기업이 스스로 재편 계획을 제출하고, 대주주의 자구 노력을 선행해야 금융·세제·R&D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자구책이 미흡한 기업은 지원에서 제외된다.

충남 서산시 LG화학 HVO 공장 건설현장. /사진=LG화학
충남 서산시 LG화학 HVO 공장 건설현장. /사진=LG화학

LG화학, 고부가 소재 집중···NCC 감산 검토

LG화학은 최근 수처리사업부와 비스페놀A(BPA) 사업부, 에스테틱 사업부를 매각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본격화했다. 

동시에 전지 소재, 특히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생분해성 플라스틱·바이오 기반 소재·리사이클링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생산라인에서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 효율화에도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지속가능 소재 투자를 병행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해외 자산 활용·수소사업 확대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해외 NCC 자산을 활용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내세웠다. 국내 설비 감축 압박이 커질 경우 대산·여수 등 핵심 단지 조정도 불가피하다. 

동시에 2030년까지 4조 원을 투입해 청정 수소·암모니아 사업을 육성하고, 플라스틱 재활용 및 화학적 리사이클링 시설을 확대한다. 고부채 구조 개선을 위한 비핵심 자산 매각과 투자 효율화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 태양광·수소 중심 사업 전환 가속

한화솔루션은 기존 석유화학 부문 비중을 줄이고, 태양광·수소·에너지저장 등 미래 성장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를 적극 활용해 해외 태양광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수전해 기술을 통한 그린수소 생산과 저장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ESS를 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정부의 구조 개편안이 한화의 사업 전환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 공장 감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우려···"구체적 로드맵 부재, 고용 충격 불가피"

정부는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NCC 설비 감축 과정에서 대규모 협력업체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대주주의 자구 노력 요구가 주주가치 훼손 논란 및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장기적 로드맵이 부족해 기업 간 경쟁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연말까지 계획 제출···산업 재편 본격화

정부는 연말까지 각 기업의 구조 개편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이 계획을 바탕으로 지원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산업은 단순 설비 감축을 넘어 친환경·고부가 사업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개편안이 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마트에프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