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장 대신 中 선택···현대차, 유휴설비로 수출 활로
중국 공장 활용해 흑자 전환···현대차·기아 실적 청신호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던 중국에서 현대차그룹이 '중국산 현대차 수출'이란 뜻밖의 해법을 찾아냈다. 내수 침체와 전기차 경쟁으로 고전하던 중국 공장을 수출 거점으로 전환하면서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생산 전략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산 현대차, 중동·동남아 누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올해 상반기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한 차량은 총 11만8000대였다. 2023년(2만3000대)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현대차는 약 3만5000대, 기아는 8만3000대를 각각 수출했다.
수출 모델도 다양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주력 세단 '엘란트라'를 중동 시장으로 대거 수출했고 중국 생산 모델인 '쏘나타'를 국내 택시 시장에 들여온 사례도 생겼다. 기아는 소형 SUV '쏘넷'을 중심으로 남미, 중동 등에 수출을 확대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동안 저조하던 중국 공장의 생산 가동률이 수출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빠르게 회복 중"이라며 "중동, 아세안 등 내연기관 수요가 여전한 지역이 주요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공장, 위기에서 기회로
중국 내 현대차그룹 생산 거점은 한 때 8곳(현대차 5곳, 기아 3곳)이었지만 현재는 각각 2곳씩만 가동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도 270만대에서 150만대로 줄었고, 작년 가동률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출 전략 전환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올해 1분기 42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2024년 동기(1460억원) 대비 70% 이상 줄어든 수치다. 기아의 합작사 위에다기아는 2024년 흑자 전환 이후, 올해 상반기에도 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중국 현지 생산 기반의 유휴설비를 최소화하면서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수요를 맞추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제3국 신공장 대신 '중국 활용'이 효율적
현대차그룹은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에 공장을 세워 제3세계 수출 기지로 삼아왔지만, 최근엔 제동이 걸렸다. 해당 지역들의 내수 성장이 예상보다 더디고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 예측 불가능한 규제 리스크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해외 공장 투자에는 내수 규모와 시장 전망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중국이 더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숙련된 인력과 표준화된 생산 체계, 인건비 경쟁력 등을 기반으로 수출 제조기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전기차 침체 속 내연기관 '틈새 전략'
중국은 전기차 전환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지만, 내연기관차 수요가 있는 신흥국에서는 ‘중국산 내연기관차’의 경쟁력이 유효하다. 현대차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현지 공장을 수출 중심으로 돌리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친환경차 전략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하반기부터 중국 내 첫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026년까지 하이브리드 포함 5종의 친환경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출 위주 운영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전기차 시장 재진입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수출화' 동참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독일 BMW, 일본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맥이 같다. BMW는 중국에서 MINI 전기차를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고 있으며, 닛산은 N7 전기차를 동남아·중남미 수출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내연기관 중심의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전기차 중심으로 생산 재편에 들어갔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내수 경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중국을 떠나지 않되, 내수보다 수출로 방향을 바꾸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수출 기지화 전략은 그중 가장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