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만명 중 35만8000명 중도해지
정부 ‘청년미래적금’으로 전환 준비
5년 만기 부담·생활비 압박에 청년들 중도 포기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청년 자산 형성을 위한 대표 금융상품으로 도입된 ‘청년도약계좌’가 높은 중도해지율로 위기를 맞고 있다. 생활비 부담과 불안정한 소득 탓에 청년층이 계좌를 유지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 인원은 3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누적 신규 가입자 225만명(일시 납입 포함)의 15.9%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말 해지율이 8.2%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소득이 낮아 납입 금액이 적은 청년일수록 해지율이 높았다. 월 납입액이 10만원 미만인 가입자는 39.4%가 중도 해지했고 10만~20만원 미만은 20.4% 20만~30만원 미만은 13.9%였다. 반면 납입 최대 금액인 70만원을 내는 청년층의 해지율은 0.9%에 불과했다. 이는 계좌 유지 여부가 소득 수준과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청년이 5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정부가 세제 혜택과 기여금을 제공해 최대 5000만원의 자산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정부는 연 최대 9.5%의 금리 효과를 강조하며 홍보했지만 장기간 납입 구조가 청년들의 불안정한 소득 현실과 맞지 않아 빠른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을 단순한 상품 설계 실패가 아닌 청년 세대의 구조적 불안정성에서 찾는다. 취업 결혼 주거 이동 등 인생 전환기를 맞는 청년들에게 5년 만기 구조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높은 해지율은 상품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 삶의 불안정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소득 수준별 차등 설계와 유연한 납입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도 보완을 위해 새로운 상품 ‘청년미래적금’을 준비하고 있다. 근로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이 일정 소득 이하일 경우 정부 매칭 지원을 비례적으로 받는 구조로 기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개편한 형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일정 소득 이하 청년이 13년간 적금을 납입하면 만기 시 정부가 약 25%를 매칭해주는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올해 12월 31일부로 청년도약계좌의 세제 혜택은 종료되지만 기존 가입자는 약정 기간 동안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청년미래적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연계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민국 의원은 “새로운 제도 도입 과정에서 기존 청년 가입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명확한 연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년도약계좌의 실패 신호는 단순한 금융상품 문제를 넘어 청년 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소득 불안정성과 생애주기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도 지속 가능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