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개월 만에 외국인 매도 전환
세제 개편·환율 부담에 투자심리 급랭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로 매도 규모는 1조679억원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로 매도 규모는 1조679억원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외국인과 기관 개인투자자가 모두 8월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4개월간 이어지던 상승 랠리가 멈춰섰다. 환율 급등과 세제 개편 실망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고 주도주 매도가 본격화되면서 증시가 박스권에 갇혔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0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에 매도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는 1851억원, 개인투자자는 1617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기타 법인은 약 2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주요 투자자들이 동시에 매도세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외국인은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연속 매도 기조를 이어가다 5월 들어 1조1656억원을 순매수하며 태세 전환에 나섰다. 이어 6월 2조6929억원 7월 6조2809억원을 매입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8월 들어 지수가 1.83% 하락하며 3186.01로 마감되자 투자 행태가 급변했다.

세제 개편안이 결정적이었다. 정부는 지난 7월31일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종목당 50억원 보유에서 10억원 보유로 강화했고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 세율도 25%가 아닌 35%로 적용했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정책과 차이가 크자 8월1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3.88% 급락했다.

환율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원·달러 환율은 6월26일 1352.9원까지 떨어졌으나 8월 말 1389.8원으로 상승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환차손 우려로 이어져 한국 주식 매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로 매도 규모는 1조679억원에 달했다. 이어 네이버 7359억원 한화오션 3072억원 두산에너빌리티 2049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99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알테오젠 3152억원과 삼양식품 1527억원도 매도 상위에 올랐다.

반면 카카오는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4889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톡 개편과 11월 예정된 인공지능 에이전트 서비스 공개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가 한 달간 7.76% 상승했다. 현대차 역시 외국인이 2525억원을 순매수했고 현대모비스 1787억원 기아 1008억원이 뒤를 이었다. 하이브리드카 판매 증가와 미국 내 평균판매가격 상승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화오션을 내던진 대신 삼성중공업을 2054억원 순매수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화오션은 올해 들어 8월까지 199.87% 상승했지만 삼성중공업은 88.5%에 그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으로 외국인이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LG씨엔에스 1750억원 한국전력 1699억원 삼성전기 1433억원이 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코스피 흐름이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여부가 지연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금리 정책 변수가 해소되면 박스권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은 대주주 요건 우려를 소화한 뒤 4분기엔 배당 분리과세 등 후속 증시 부양책으로 넘어가고 연준의 완화정책이 추세적이란 것이 드러나면 달러 약세도 재개될 것"이라며 "그전에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구간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마트에프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